천재와 거장
데이비드 W. 갤런슨 지음|이준호·강은경 옮김|글항아리|440쪽|2만8000원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1963년 이후 프랑스어로 출판한 교과서 31종의 삽화를 분석했다. 피카소는 삽화로 가장 많이 쓰인 작품을 그렸을 때 26세였지만, 세잔은 67세였다. 왜 어떤 예술가는 젊을 때 재능을 꽃피우는데, 또 다른 예술가는 삶이 무르익어서야 진가를 인정받는가? 저자는 이런 의문을 갖고 예술가들을 피카소처럼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개념적 혁신가’와 세잔처럼 만년에 거장 반열에 오른 ‘실험적 혁신가’로 나눈다.
개념적 혁신가는 특정 아이디어나 감정을 전달하려는 욕구에서 작업 동기를 얻는다. 실험적 혁신가는 작업을 구도(求道)와 같은 탐구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작품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조기에 평가받고 빛을 볼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한편 반짝 빛나다 잊힐 우려가 높은 개념적 혁신가의 성패를 가르는 건 변화를 꾀할 적기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책은 경제학 방법론으로 생애 주기와 창의성의 관계를 규명하려 하지만, 명확한 그래프를 그리지는 못한다. 이 실패가 역설적으로, 모든 이에겐 각자의 화양연화가 있다는 위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