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주년을 맞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선 ‘K미술’이 가장 뜨거운 화두다. 지난달 현대미술 전용 갤러리를 새로 개관하면서 첫 전시로 한국의 미디어아트 작가 박찬경을 택했다. 영화감독 박찬욱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박찬경은 우리 근현대사와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대표적 영상 설치 미술가. 한반도의 분단을 소재로 한 ‘소년병’을 비롯해 ‘늦게 온 보살’ ‘후쿠시마’ ‘모임’ 등 영상·설치·사진 작품을 내년 10월 13일까지 선보인다.
최근 방한한 체이스 로빈슨(60) NMAA 관장은 “한국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지금의 한국 현대미술을 잘 보여주는 작가”라며 “개관 첫 전시로 박찬경 개인전을 선택한 건 지난해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우리 미술관이 한국 미술에 방점을 두고 확장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전시 개막일에 맞춰 처음으로 미술관에서 추석 행사를 열고 차례상도 준비했다. 추석 음식 만들기 체험 등 행사에 5500명이 방문했다.
NMAA는 찰스 랭 프리어(1854~1919)가 대규모로 수집품을 기증하면서 1923년 미국 내셔널 몰에 처음으로 생긴 미술관이자 미국 최대 아시아 전문 미술 기관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순회전 중 첫 전시가 2025년 11월 이곳에서 시작된다. 로빈슨 관장은 “미술관 1, 2층을 다 사용하는 대규모 특별전으로 250점 정도 전시될 것”이라며 “2025년 NMAA 특별전 중 가장 중요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희 컬렉션은 선사시대 유물부터 현대 미술품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수집품이라 이 전시는 어려운 도전”이라며 “어떻게 하면 미국 관람객들에게 잘 소개할 수 있을지 구상 중이다. 근현대 작품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개하고, 컬렉터에 대한 이야기도 넣어 스토리라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전시는 NMAA에서 열린 뒤 미국 시카고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내년 4월에는 NMAA 중앙 광장에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대형 조각 ‘공인들(Public Figures)’이 전시돼 “미술관의 얼굴로 100주년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개관 이래 처음으로 내년 상반기 한국 미술 전담 큐레이터도 채용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기금 운용 수익으로 한국 전문 큐레이터직을 운영하게 됐다. 로빈슨 관장은 “K컬처의 인기와 더불어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졌고, 미국 내 확장 추세인 한인 커뮤니티의 역할도 커졌다”며 “큐레이터 직함을 단순히 ‘코리안 아트’가 아니라 ‘코리안 아트 앤드 컬처’로 확장할 예정이다. 새 큐레이터가 한국 미술 전시와 소장품 입수 및 관리뿐 아니라 문화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서 제안하고, 한국 영화와 음식, 공연, 아카데미 프로그램까지 연계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