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모리스 영국 테이트모던 전 관장. ©SamiaMeah

‘현대미술의 최전선’인 영국 테이트모던을 7년간 진두지휘한 프랜시스 모리스(66) 전 관장이 최근 두 가지 이슈로 국내 미술계 화제에 올랐다. 하나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석좌교수로 초빙돼 이번 학기부터 한국 강단에 선다는 것. 세계 미술계 인사가 이대 석좌 교수로 초빙된 건 백남준 이후 20년 만이다. 또 하나는 지난달 개관한 강릉 솔올미술관의 두 번째 전시로 5월 개막하는 애그니스 마틴(1912~2004) 개인전의 객원 큐레이터로 그가 나선다는 소식이다.

최근 본지와 만난 프랜시스 모리스 테이트모던 명예관장은 “20세기 ‘초국가적인’ 거장 백남준 이후 처음이라니 영광”이라면서 “학생들이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토론을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을 건축 유형으로 나눠 기관의 성격을 살펴본다거나, 다양성의 존중 같은 요즘 시대 화두에 맞게 미국과 유럽의 모더니즘 역사를 어떻게 탐구할 수 있는지 학생들과 토론하고 싶다”고 했다.

프랜시스 모리스가 2015년 기획해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애그니스 마틴 회고전 전시장 모습. Photo © Tate (Olivia Hemingway)

캐나다 태생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애그니스 마틴의 첫 한국 개인전도 기대를 모은다. 모리스는 “전시는 총 세 파트로 구성해 구상에서 시작해 추상으로 가는 마틴의 작업 여정을 전부 보여줄 것”이라며 “큰 규모의 전시는 아니다. 관객들이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문화적·역사적 배경이 다른 동시대 해외·한국 작가를 연결해 보여주려는 솔올미술관의 두번째 시도로, 애그니스 마틴과 단색화 거장 정상화(93) 개인전을 나란히 펼친다.

구사마 야요이, '슬픔의 샹들리에', 2016/2018. ©YAYOI KUSAMA. Courtesy Ota Fine Arts and Victoria Miro. Photo © Tate (Joe Humphrys)

모리스는 테이트모던의 살아있는 역사 같은 인물이다. 1987년 큐레이터로 시작해 런던 템스강 인근 화력발전소를 현재의 테이트모던으로 개관하도록 주도했다. 루이즈 부르주아, 구사마 야요이, 애그니스 마틴 등 거장들의 대규모 회고전을 기획했고, 2006년부터 10년간 국제 예술 컬렉션 디렉터로서 전 세계 주요한 작품들을 찾아 테이트모던의 소장품을 축적했다. 2016년부터 7년간 관장을 지내면서 아프리카·중동·동유럽·아시아 작가들을 적극 키우고, 소외된 관객과의 간극을 좁히며 미술관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관장 재임 중 최대 성과로 “새로 추가되는 소장품이 곧바로 수장고로 향하는 게 아니라 미술관 벽에 걸어 관객들이 접할 수 있게 한 것”을 꼽았다.

지난 2000년 테이트모던에 루이즈 부르주아 '마망'을 설치한 모습. Photo © Tate (Marcus Leith)

최근 미국·유럽에서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가 활발히 열리는 것에 대해 그는 “사실 너무 늦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만 한국 미술 특별전이 5~6개 열렸는데, 전시를 통해 그동안 해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근대의 아픈 역사를 알리고 조명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특히 한국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했다. 오는 10월에는 30대 설치 작가 이미래가 ‘현대 커미션’ 초대 작가로 선정돼 테이트모던의 간판 전시장인 터바인홀에서 단독 전시를 연다. 모리스는 “터바인홀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건 작가로서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