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제주는 미술로 더 뜨겁다. 폭염이 절정인데도 전시장마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건축 거장 이타미 준과 반 시게루, 물방울 작가 김창열, 이건희 컬렉션까지 지금 제주에 다 있다. 막바지 피서철 제주에서 즐기고 힐링하는 ‘아트캉스(아트+바캉스)’다.
제주 한림읍 유동룡미술관에서 열리는 ‘손이 따뜻한 예술가들: 그 온기를 이어가다’ 기획전이 애호가들 사이 화제다. 프리츠커상 수상자 반 시게루의 ‘종이 건축’이 야외 전시장에 놓였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신작 ‘한국형 재난 주택’이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 200만명의 임시 거처를 종이로 만들면서 반 시게루의 종이 건축이 시작됐다. 이번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한지를 사용해 내외벽과 바닥을 마감했고, 한국의 전통 기법인 옻칠로 방수 처리를 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내부도 감상할 수 있다. 침대와 원형 테이블, 의자까지 모두 종이로 만들었다.
유동룡미술관은 ‘바람의 건축가’라 불리는 재일교포 건축 거장 이타미 준(한국 이름 유동룡·1937~2011)의 건축 철학을 잇기 위해 딸 유이화 관장이 설계해 2022년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선 이타미 준과 동시대를 함께한 건축가, 도예가, 미디어 및 설치 미술가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1부에선 이타미 준의 건축물인 온양미술관(현 구정아트센터), 각인의 탑, 도쿄 엠빌딩을 소개하고, 2부에서 자연과의 공존과 회복을 주제로 탄생한 예술가들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설치미술가 박선기는 강원도 산불로 검게 탄 통나무를 매달았고, 제주에서 나고 자란 도예가 강승철은 제주 흙으로 빚은 ‘먹돌’을 내놓았다. 11월 30일까지. 성인 2만6000원(통합권).
유동룡미술관 인근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있다.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다양한 물방울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장품 기획전 ‘물방울, 찬란한 순간’이 열리고 있다. 어두운 밤에 홀로 빛나는 최초의 물방울부터 군집을 이룬 물방울, 음악의 리듬처럼 그려진 물방울, 물자국을 남기며 곧 사라질 것 같은 물방울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물방울이 모여 있다.
김창열(1929~2021)은 50년간 오로지 물방울만 그렸다. 물방울 그리는 행위에 대해 그는 “모든 것을 물방울 안에 녹여 투명한 무(無)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수행하듯 완성한 투명한 결정체를 내년 2월 23일까지 만날 수 있다. 성인 2000원.
제주 원도심에선 현대미술 열기가 뜨겁다. 옛 목욕탕과 술집이 색다른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에서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전시가 한창이다. 문화예술 기획사 팀서화가 기획해 아라리오 제주의 ‘프로젝트 목욕탕’과 ‘스페이스 탑동1′에서 열리는 ‘씻고 마시고 기도하라’. 지난해 프리즈 런던 어워드 수상자인 아담 파라마위와 김기대, 김혜리 등 국내외 주목받는 작가 17인의 56점을 선보인다. 9월 24일까지. 무료.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특별전’이 18일까지 열린다. 이건희 컬렉션을 제주에서 만날 마지막 기회다.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제주산 붉가시나무로 짠 ‘제주궤’ 등 360점이 나왔다. 제주 동자석으로 꾸민 정원이 힐링 포인트.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