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초입부에 최하늘 작품 ‘우는 삼촌의 방’이 전시된 모습. /김영근 기자

“광주비엔날레는 국민 세금으로 범죄자 작품 홍보해주는 전시장인가?”

지난 6일 개막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 대마 흡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작가의 작품이 출품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각가 최하늘(33)의 ‘우는 삼촌의 방’.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주문 제작) 작품으로, 제1전시실 초입부에 단독으로 전시됐다. 최씨는 지난 1월 배우 유아인과 미국에서 함께 세 차례 대마를 흡입한 혐의로 3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비엔날레를 주관하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개막식 하루 전인 지난 5일 변호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작품 전시 여부를 논의했지만, 법정 구속된 유씨와 달리 최씨의 범행 정도가 작품을 철거할 정도로 무겁지 않다고 보고 전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프랑스 출신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최씨의 작품이 전체 전시 구성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해 전시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 최하늘 작가의 작품 '우는 삼촌의 방'이 전시된 모습. /허윤희 기자

미술계에선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의 작품을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행사에 전시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술계 인사 A씨는 “미투 관련 작가는 이름만 거론되어도 작품을 철거하는 상황인데, 마약 사범의 작품을 공적 행사에 전시해 관심이 집중되게 한다는 건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며 “1심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작가가 유씨와 공범으로 계속 조사받았는데도 비엔날레의 주요 작품으로 홍보를 계속했다. 더구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작품을 철거할 정도로 범행이 무겁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광주비엔날레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51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지난 14회 행사보다 39억원 증가한 것이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기획해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란 주제로 30국에서 7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최씨의 작품 ‘우는 삼촌의 방’에서 ‘삼촌’은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 나이 들어가는 퀴어, 작가 자신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며 “’삼촌’은 암울하고 낯선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분절된 신체들의 군집으로 이뤄진 조각과 부조는 자기 몸의 온전한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스러진 모든 퀴어에게 바치는 일종의 곡성”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본지 통화에서 “최하늘 작가의 혐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사회에서는 정보를 제대로 파악한 후에 작품 철거 여부에 대해 판단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