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토리의 대표작 '미라이짱'(2009-2011). /서울미술관

바가지 머리에 양볼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 콧물이 인중을 타고 흐르는 아이. 일본의 국민 귀요미 ‘미라이짱’이 한국에 왔다. 동심을 투명하게 담아낸 사진으로 유명한 일본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토리(川島小鳥·45)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라이짱’은 친구의 딸을 2년간 촬영한 연작이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매력에 푹 빠진 작가는 니가타현 사도가시마에 사는 친구 집에 매달 1주일씩 머물며 반짝이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아이스크림이 범벅된 얼굴, 까만 눈동자에 그렁그렁 차 있는 눈물, 코를 훌쩍이거나 혀를 날름 내밀고 있는 세살배기 아이 모습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토리 개인전에서 한 관람객이 '미라이짱'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미라이짱은 본명이 아니고, ‘미래(未來)’라는 뜻의 일본어 ‘미라이’에 상대를 친근하게 부르는 접미어 ‘짱’을 붙인 애칭이다. 2011년 출간된 사진집 ‘미라이짱’은 일본의 ‘가와이(可愛い·귀여움)’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되면서 12만권이 넘게 팔렸다. 국내에서도 이례적으로 수년간 일본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하는 등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가와시마 고토리가 2011년 미라이짱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며 촬영한 '보칼리제' 연작이 13년 만에 사진집 형태로 발간됐다. /서울미술관

전시는 미라이짱 사진집의 사진을 포함해 작가가 미라이짱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며 작업한 ‘보칼리제’, 초기작 ‘베이비 베이비’, 서울에서 작업한 신작까지 309점을 소개한다. 작가는 “서울에서 작업한 6개월동안 서울이 지닌 열정적인 에너지에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가와시마 고토리가 서울에서 촬영한 신작 '사란란'(2024). /서울미술관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사진작가 가와시마 고토리 개인전 전시장 전경. /뉴시스

전시명 ‘사란란’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 ‘사랑’과 ‘사람’을 합쳐 만든 단어. 안진우 서울미술관 이사장은 “한국어를 못하는 작가에게 두 단어는 같은 소리로 들려, 작업 노트 표지에 어설픈 손글씨로 ‘사란란’이라고 적었다”며 “서툴고 어색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감정이 담겼다”고 했다. 10월 12일까지. 성인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