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중국 쓰촨성 청두 출신의 건축가 류자쿤(劉家琨·68)이 선정됐다. 이 상을 주관하는 미국 하얏트 재단은 4일(현지 시각) “올해 54회 수상자로 선정된 류자쿤은 건축이 빠르게 진화하는 사회적·환경적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사회 문화적 자원을 최대한 이용해 현실과 이상을 조율하고,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공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리츠커상은 건축을 통해 인류에 공헌한 생존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재단의 톰 프리츠커 회장은 “류자쿤의 건축은 과정과 목적을 통해 지역 사회를 하나로 묶는 정서적 연결을 촉진한다”며 “전통적 요소를 함유하면서도 이를 새로운 창조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인류 역사와 자연의 공생에 대한 철학적인 지혜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인 중국 청두 시내 웨스트빌리지(서촌) 개발 프로젝트(2015)는 문화·여가·대학 등의 요소를 활용해 중국적 과장을 피한 실용과 인본주의로 쓰촨성 남서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자쿤은 2018년 영국의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첫 번째 베이징 프로젝트 건축가로 선정되는 등 중국 내 30개 이상 프로젝트를 했지만, 프리츠커의 유력 후보들에 비해선 대외적으로 크게 이름나지는 않은 편이다. 대신 1990년대부터 자신의 건축 철학을 담은 유토피아적 서사의 소설 ‘명월구상(明月構想· bright moonlight plan)’을 비롯한 건축 평론집 등 수십 권의 저술을 통해 건축에 시(詩)적인 사유(思惟)를 불어넣는다는 평을 받았고, 그의 작품도 다시 관심을 받게 됐다. 특히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잔해를 벽돌로 재생하는 프로젝트는 자원 순환과 재앙, 구원의 키워드와 함께 그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를 ‘Rebirth Brick(재탄생 벽돌)’으로 이름 붙였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잔해물을 이용한 벽돌을 사용해 2013년 완공한 중국 청두 수정방(술) 박물관. /프리츠커상 홈페이지·류자쿤 건축설계사무소

영국 가디언은 “제철소를 공원으로 만들고 지진 잔해로 재생 벽돌을 만드는 등 실용성과 공동체의 영적 부흥을 동시에 추구하며, 세상에 해독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상 소감을 통해 “고정된 형태를 지니지 않고 장소에 스며드는 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며 “물이 건축물로 변화하고 영적 창조물의 우위를 점할지 몰라도 여전히 물은 환경의 나쁘고 좋은 모든 것을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