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보이는 장르인 동시에 읽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사연이 있는 그림은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 해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 유명해지거나 더 사랑받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그림이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이다. 그림 속 배경을 볼 때 밭에 놓인 바구니 안에는 감자가 소중히 담겨 있고, 그 주변에는 농기구들이 놓여 있으며, 지는 해를 뒤로한 채 남자와 여자가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기도하는 모습은 농촌의 순박함과 신앙적 경건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그림에는 소문이 덧씌워진다. 바구니에 담긴 것은 감자가 아니라 아기 시체이며, 부부는 삼종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기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1932년 X선 촬영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결과 감자가 그려진 부분의 밑그림에 나무 상자 같은 스케치가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것이 혹시 아기의 관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불거진 것이다. 이런 해석이 살바도르 달리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오히려 달리는 이러한 추측을 부정하는 논문을 쓰기까지 했었다.

결국 모든 것이 소문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 덕분에 사람들은 ‘만종’을 밀레의 다른 작품보다 더 좋아하기도 한다. 오독은 소문을 불러오고 소문은 결국 유명세를 낳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만종’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갑자기 그림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며 바구니에 겨우 담길 정도로 작은 아기의 죽음을 기리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슬퍼하다가 그런데 왜 제목이 ‘만종’이냐며 의아해한다.

사실 여기에는 하나의 오독이 더 숨어 있다. ‘만종’의 원제는 ‘L’Angélus’. 직역하면 ‘천사들’을 의미한다. 그럼 이 그림은 정말로 아기의 장례를 그린 것일까? 하지만 ‘L’Angélus’는 프랑스어로 가톨릭에서 하루 세 번 올리는 삼종기도를 뜻한다. 가톨릭 신자가 드문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제목을 ‘삼종기도’가 아닌 ‘만종’으로 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뭐가 맞냐고? 예술에는 정답이 없으니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당신에게 이로운 무엇이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