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수출국이었던 한국은 2020년부터 2년 연속 대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미·중 분쟁 이후 중국이 중간재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한국 대신 대만과 아세안에서 수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8%로, 2017년 대비 1.9%포인트 떨어졌다. 중국과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미국의 점유율 하락 폭(1.7%포인트)보다 크다. 같은 기간 대만의 점유율은 0.7%포인트, 아세안은 2.4%포인트 올랐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 상위 10개 가운데 절반은 최근 5년 새 중국에서 점유율이 하락했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2017년(52.3%) 대비 7.4%포인트 떨어진 44.9%였다. 같은 기간 비메모리 반도체 점유율도 11.6%에서 9.5%로 낮아졌다. 컴퓨터, 통신 장비, 전자 부품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군에서도 한국의 점유율은 2017년 20.5%에서 2021년 17.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만의 점유율은 5.6%포인트 올랐다.
중국은 한국산 수입 비율을 줄였지만, 중국의 중간재는 한국 시장을 빠른 속도로 점유하고 있다. 한국의 수입 중간재에서 중국의 비율은 2015년 24.2%에서 작년 28.7%로 늘었다. 특히 중간재에서 기술 함량이 높은 부품 수입에서 중국의 비율은 1996년 2.9%에서 작년 39.7%가 돼 14배 늘었다. 박승찬(용인대 교수) 중국경영연구소장은 “국내 업체 가운데 중국산 부품 없이 제조나 연구 개발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요즘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부품 회사에 지분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했다.
중국이 한국에 의존할 기술 산업도 갈수록 줄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최근 한중 간 산업 경쟁력 변화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0~2019년) 한국이 중국에 우위를 차지하다가 열위로 떨어진 산업은 통신기기·전지·가전·전기기기·자동차·철도차량·섬유·제지 등 8개가 넘지만 한국이 우위로 올라선 품목은 조선과 담배 2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