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4인 이상(미혼 자녀 2인 이상) 가구의 학원비 지출은 올 상반기 월 평균 58만9034원으로 4년 전(31만6994원)보다 86%나 올랐다. 학원들이 최근 물가 상승에 따라 학원비를 올린 결과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물이 걸려 있는 모습. /뉴시스

“월급은 그대로인데, 애들 학원비는 계속 오르니 부담이 커지네요.”

지난 26일 오후 신흥 학원가로 떠오른 서울 강서구 우장산역 인근에서 만난 학부모 신모(42)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씨는 초등 3학년과 6학년인 아이 둘을 키우는데, 올봄 아이들이 다니는 수학 학원에서 학원비를 월 2만~3만원씩 인상한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아이들 학습지 가격과 태권도 학원 비용도 최근 올랐다. 신씨는 “중학교에 진학하면 사교육비가 두 배로 뛴다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가계 학원비 지출 4년 만에 86% 늘어

작년부터 먹거리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고물가’ 폭탄이 사교육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로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자녀를 키우는 집의 최대 부담 요소인 사교육 비용은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상당수 학원이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반영하겠다”며 학원비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가정이 부담하는 학원비 부담은 매년 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집계에 따르면, 4인 이상(미혼 자녀 2인 이상) 가구의 학원비 지출은 올 상반기 월 평균 58만9034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대비 약 7% 올랐고, 4년 전(31만6994원)에 비해선 무려 86%나 올랐다. 국내에서 지출된 사교육비 총액도 지난 작년 27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1000억원(4%) 증가했다.

경기 광주시에 있는 한 보습 학원은 지난달부터 영어 초급반 학원비를 월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2만원 인상했다. 학원 측은 홈페이지에 “물가와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 부득이하게 학원비를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수학 전문 학원도 지난 3월 초등부 반 학원비를 월 29만원에서 31만원으로 2만원 인상했다. 최근 경기 지역의 한 맘카페엔 “아이가 다니는 수학 학원이 지난 6월에도 월 1만원을 올리더니 9월부터 또 3만5000원을 올린다고 한다”며 “계속 다니게 해야 하나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엔 “너무 비싸다” “돈 벌어 남는 게 없다” 등 댓글이 달렸다.

그래픽=양인성

◇지자체 학원비 기준도 속속 올라

각 지역 교육 당국이 정하는 ‘학원비 상한선’도 최근 오르고 있다. 청주교육지원청은 11월부터 학원비 기준 단가를 평균 10.5% 인상하는 내용의 ‘학원 교습비 등 조정 기준안’를 지난 8월 행정예고했다. 조정 기준안은 지방 교육지원청에서 학원 업계와 학부모 대표 등이 협의해 결정하는, 일종의 학원비 상한선이다. 예를 들어 청주 지역 초등학교 국어·수학 과목의 보습 학원비 기준은 기존 ‘1분당 145원’에서 ‘160원’으로 10% 올랐다. 지난 7월 포항 지역에선 ‘초급 음악’ 학원비 기준이 분당 100원에서 150원으로 무려 50%나 뛰었다.

자녀들이 여러 학원에 다니는 학부모들의 부담은 몇 배 이상 커진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최모(45)씨는 “올해 들어 아이 피아노 학원비가 1만원, 태권도 2만원, 수학 5만원 등 학원비가 총 8만원 올랐다”며 “합치면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각종 ‘특별반’에서 수업을 들으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학부모 이모(41)씨는 “초등학교 아이가 수학 학원 들어갈 때 시험을 잘 봐서 ‘톱(top)반’으로 배정됐는데, 이 때문에 일반 학원비보다 월 10만원씩 더 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고교 학점제(고교에서도 대학처럼 과목을 골라 수강하는 제도) 등 새로운 교육제도도 학원비 증가 추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입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학부모들이 학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 입장에선 새로운 입시 제도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맞춤형 해답’을 제시하는 학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