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을 목표로 설립된 ‘라피더스’의 고이케 아쓰요시 사장은 지난 25일 “올 3월까지 2나노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공장 최종 부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2025년 상반기 양산(2나노)에 돌입하고, 고객 맞춤 공정과 반도체 설계 지원을 통해 납기를 단축하는 방식으로 TSMC·삼성전자와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예상 투자 금액은 기술 개발에 필요한 2조엔, 공장 및 설비 구축에 3조엔 등 총 5조엔(48조원)이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 일본 정부를 주도로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기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표 기업 8사가 출자해 만들었다. 일본도 TSMC·삼성전자처럼 첨단 공정 파운드리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파운드리 산업 부흥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향후 5년 내 파운드리 시장이 대만과 한국이 경쟁하는 양강 구도에서 ‘대만-한국-미국-일본’의 4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래전략산업 브리프’에서 “미국은 반도체 기업에 500억달러(약 62조원) 이상 보조금 혜택이 포함된 반도체법을 시행하고 일본도 핵심 소재와 제조 장비 분야에선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의 역량이 올라오는 2025년엔 대만-한국-미국, 2027년엔 일본을 포함해 파운드리 4강 구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세계 1위 CPU(중앙처리장치) 설계·제조 회사 인텔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산업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내부적으로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되찾는다”는 목표 아래 10년간 약 12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애리조나(2020년)·오하이오(2021년)에 수십조원을 투자한 공장을 짓고 있다. 압도적인 PC 반도체 점유율에 취한 인텔은 설계에 집중하고 제조를 등한시하다가 최근 신형 CPU 생산을 TSMC 선단 공정에 맡기는 굴욕을 맛봤다. 최고 기술 수준이 7나노에 머물러 있는 인텔은 최근 “4나노 양산 준비가 끝났고, 올해 하반기 3나노 양산 준비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거침없는 투자를 기반으로 TSMC와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