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티무, 2위 캡컷, 3위 틱톡, 4위 쉬인, 5위 페이스북.’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가 최근 발표한 3월 애플 앱 장터(앱스토어)의 미국 내 앱 다운로드 순위다.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중국 앱이고, 5위에 간신히 미국 앱인 페이스북이 이름을 걸쳤을 뿐이다. 티무·쉬인은 중국 쇼핑 앱이고, 캡컷은 영상 편집 앱, 틱톡은 소셜미디어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강력한 반중(反中) 정서를 바탕으로 ‘틱톡 축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각종 중국 앱·서비스가 미국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1월부터 모든 시장조사 업체의 미국 인기 앱 1~3위는 모두 중국 기업 차지였다. 특히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미국 자회사가 작년 9월 출시한 쇼핑 앱 ‘티무’는 출시 두 달 만에 미국 내 최다 다운로드 앱에 등극했고, 미국 내 월간 거래액이 25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중국 앱들은 젊은 미국인의 삶에 스며들었다”며 “단순한 열풍을 넘어 중국에 미국의 앱 산업 경쟁력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 속 젊은 세대 노린 초저가 중국 상품들

중국 앱의 인기는 미국의 Z세대(10대 후반~20대 중반)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산 숏폼(1분 미만 짧은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에 이어, 커머스·쇼핑까지 판치는 것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속에서 ‘중국산(産) 초저가’ 경쟁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티무와 쉬인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초저가 상품을 앞세우고 있다. 중국산 공산품이 주력인 티무, 중국산 의류가 주력인 쉬인 모두 상품 대부분이 10달러(1만2000원) 내외다. 같은 상품도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반값 수준에 판다. 예컨대 똑같은 중국산 세탁기 청소 솔을 아마존에서는 6.9달러, 티무는 2.8달러에 판매하는 식이다. 중국이 저가 공산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데다, 모회사 핀둬둬의 중국 현지 물류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광둥성에서 창업한 쉬인은 광둥성 의류 도매상 유통망에서 저렴한 의류를 대량으로 구매해 미국으로 보낸다. 디자인 복제 논란이 있지만, 여성 원피스가 10달러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물건이 중국에서 오기 때문에 배송에 2주가량 소요되지만, 배송비가 무료이거나 수천원에 불과하다. 이미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티무·쉬인을 쓰고 나니 아마존 구독 상품(아마존 프라임)을 해지해도 되겠다’는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 갖춘 중국 앱들

중국 앱 인기의 비결은 가격 덤핑만이 아니다. 중국의 IT 기술력이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틱톡 제작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2020년 내놓은 동영상 편집앱 캡컷이 대표적이다. 기존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PC용 장시간 작업에 적합했다면, 바이트댄스는 모바일 세로 화면에서 영상 편집을 빠르고 간편하게 하도록 만들어 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티무의 모회사 핀둬둬는 지난해 연구 개발비를 15% 늘렸다. 대부분을 IT 관련 인재 유치에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앱들은 중국 본토 사용자 수억 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제품 개선 작업을 마쳐 미국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틱톡 규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 정계와 서방 국가들은 두더지 게임처럼 튀어나오는 중국 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티무는 이미 캐나다에서도 인기 앱 1위에 올랐고, 최근 영국에도 진출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티무는 미국 보스턴에 회사를 세웠고, 쉬인은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겼다. 바이든 행정부는 틱톡 등 중국 인터넷 서비스를 규제하려고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서방 국가의 빈틈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WSJ는 “중국 내 10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무섭게 개선하는 중국 기업의 질주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