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동전 속 이순신 장군 표준 영정의 저작권이 한국은행에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재판장 김양훈)는 14일 동양화가 고(故) 장우성 화백의 아들 장모씨가 한국은행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 대해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장 화백은 1953년 충무공기념사업회의 의뢰를 받아 이순신 장군의 표준 영정을 제작한 인물이다. 이 영정은 1973년 대한민국 1호 표준 영정으로 지정됐다. 이후 장 화백은 1975년 당시 문화공보부 의뢰로 해당 영정을 화폐 도안용으로 개작(改作)해 한은에 제공했고, 한은 측은 장 화백에게 사용료 150만원을 지급했다. 이 영정은 당시 500원권 화폐에 사용됐다가, 1983년부터 현재까지 100원 동전의 앞면에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화백 유족 측은 “저작물 이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해당 영정을 한은이 계속 사용하는 건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1년 10월 저작권 침해에 따른 40년간의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며 배상금 1억원을 청구했다.

이 사건 쟁점은 화폐 도안용으로 만들어진 영정을 별도의 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1심은 “안면부의 굴곡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등 창작적 요소가 가미됐다”며 저작권이 발생하는 별개의 창작물로 봤다. 그러나 “장 화백이 한은에 화폐 도안용 영정을 제공하고 그 대금으로 150만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돼 이 영정의 저작권은 한은에 귀속된다”고 했다. 이날 2심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장씨는 아버지로부터 영정의 저작권을 양도받은 증거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