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을 유인해 성관계를 가지려던 60대 남성이 유명 여장(女裝)남성 유튜버에게 속아 망신을 당하는 내용의 영상이 화제다. 해당 유튜버를 여고생으로 믿고 자기 집으로 데려간 남성이, 끈질긴 설득에도 유튜버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자 역정을 부리는 내용이다. 유튜버가 몰래 촬영한 이 영상에서 남성은 다른 미성년자들과도 여러 차례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자랑했다. “초등학생들은 20만~30만원만 주면 좋아하지” 등의 발언도 담겼다. 지난 12일 올라온 이 영상은 나흘만에 여러 유튜브 채널에 걸쳐 합산 1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성매수 시도 남성의 신분이 논란을 불러왔다. 영상 속 남성 집에 ‘대통령 후보 문재인’ 직인(職印)이 찍힌 선거 캠프 임명장 두 개가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남성 측은 조선닷컴 취재에 “문 캠프 특보를 두 차례 지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에서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가 지목한 인물과는 동명이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워준다던 남성 “14살 친구 있냐? 얼마면 되냐”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 ‘카광’에 ‘가출 여고생을 재워준다고 하길래 찾아가 보았다’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인 이모(26)씨가 여고생으로 변장을 한 뒤 자신의 사진을 찍어 올리고, 이 사진에 현혹돼 접근한 남성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에서 접근한 남성은 스스로를 ‘29세 헬퍼’라고 소개했다. 헬퍼는 소셜미디어(SNS)에서 가출 청소년을 도와준다고 유인해 만난 뒤, 돈을 주고 성욕 해소 등에 이용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다.
영상을 보면, 만남을 약속한 현장에 나타난 남성은 29세가 아닌 60대 이상으로 보였다. 남성 A씨는 이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 원룸으로 데려간다. 차 안에서부터 A씨는 과거 미성년자를 상대로 했던, 자신의 성경험담을 늘어놓는다. 음담패설에 가까운 구체적인 묘사였다.
이씨가 “지금까지 학생들 몇 명이랑 해봤냐”고 묻자, A씨는 “많이 해봤다 학생들” “고등학교 3학년인데 어쩌다 그 애가 OK를 해서 하게 됐다” “초등학생은 20~30만원만 주면 좋아하지” “중학생도 마찬가지고, 고등학생은 싸다”고 했다. A씨는 “더 어린 친구들이 있냐?”며 “얼마주면 돼, 걔?” “하라 그러면 하냐?” “30만원 줄게”라고도 말했다.
A씨는 이씨에게 “남자 둘을 놓고 너 혼자 해봤냐” “제일 나이 많은 사람과는 몇살짜리랑 해봤냐”고 묻기도 했다. 이씨 대답은 “엿이나 먹어”였다. A씨는 “야, 왜 입이 거치냐 너는… ‘오빠 그런 말 하지 마’라고 해야지”라고 했다.
◇음료수·성관계 거절하자 “네가 사람이냐” 도리어 역정
집에 도착한 A씨는 이씨에게 “씻으라”고 요구한다. 이씨는 거부한다. A씨는 “살 빠지는 좋은 것을 주겠다”며 정체 불명의 음료를 권했다. 이씨가 거부하자 A씨는 “술이 아니다” “집 손님인데 내가 좋은 거 주지 나쁜 거 주겠냐”며 마시라고 종용했다.
이씨가 계속해서 반항적으로 나오다 집에 가겠다고 하자, A씨는 역정을 낸다. “새벽 4시부터 운전시켜놓고 (집으로) 간다는 것이냐” “양심 좀 가지고 살자” “네가 사람이냐?”고 했다. 계속된 실랑이에 이씨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어디서 악을 쓰고 있냐” “택시 불러줄테니 빨리 가라” “수위 아저씨 듣지 않게 그만하라”고 했다. A씨는 이씨에게 택시비로 5만원을 줬고, 이씨가 집을 나서며 영상은 끝이 난다. A씨는 끝내 이씨가 남자란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조선닷컴 취재에 “文 대선 특보한 것은 사실”
영상이 더 큰 화제를 불러모은 것은, 영상 중간에 찍힌 A씨의 ‘임명장’ 때문이었다. A씨 집 서랍장 위에 임명장 2개가 놓여있었다. 임명장을 발견한 이씨가 임명장을 찍으며 그 내용을 읽는다. “위 사람을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후보 문재인 조직특보로 임명…” “위 사람을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 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 그리곤 이씨는 “문재인이 누구야?”라고 묻는데, A씨는 대답을 않는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해당 인물에 대한 추적에 나섰고, 왕성한 사회·정치 활동을 벌인 민주당 서울시당의 한 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인사 B씨를 특정했다. 온라인에서는 B씨 사진 등도 유포되고 있다.
하지만 조선닷컴 취재 결과, B씨는 A씨와 비슷한 이력을 가진 동명이인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사는 곳도 달랐다. B씨는 조선닷컴 통화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고, 성매매를 시도한 적도 없다”고 했다.
조선닷컴은 17일 밤 A씨 집에 찾아갔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지 않은채 안에서 자신을 ‘A씨와 함께 사는 동생’이라고 소개하며, “형님은 멀리 떠났으니 돌아가시라”고 했다. A씨 휴대전화 번호를 묻자, 그는 번호를 알려주면서 “형님이 전화기를 여기 두고 갔다”고 했다. 전화를 걸자 집 안에 있는 그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남자는 ‘형님이 왜 가출 여고생을 집으로 불러 들였느냐’는 물음에 “씻겨서 밥만 먹여 보내려 했다더라”고 답했다. 영상 속 임명장에 대해서는 “형님이 과거 문 대통령 후보 특보를 두 차례 맡은 것은 사실”이라며 “형님이 소속된 단체가 문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을 계기로 특보를 맡게된 것”이라고 했다. 과거 언론 보도를 확인해보니, 실제로 남자가 말해준 단체는 ‘여성단체’를 표방하고 있으며, 2012년 12월 문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것으로 나왔다. 이 단체 측은 A씨의 회원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A씨 원룸 지하주차장에서, 남자가 가르쳐준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앞유리에 붙여 놓은 일제 승용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A씨에게 전화해 ‘형님이 뭘 타고 떠나셨느냐’고 물었더니 “차는 두고, 버스를 타고 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통상 대선 기간 후보들 캠프는 ‘특보 임명장’을 찍어 여러 사람에게 배포한다. 이 때문에 특보 개인의 비위를 후보나 정치인 개인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 대선특보단에 이른바 ‘청주 간첩단’ 활동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특보를 청와대가 어떻게 다 책임지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