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기록물과 한국의 ‘산림 녹화(綠化)’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11일 국가유산청과 제주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10일 오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두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등을 포함해 총 20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제주 4·3 기록물은 민간인 학살에 대한 피해자 및 유족의 진술, 정부·민간의 진상 규명 과정 등을 아우르는 자료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있었던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이 모두 담겼다.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 정부 공식 진상 보고서 등 총 1만4673건에 달한다. 유네스코 측은 “이 기록물엔 국가 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함께 등재된 산림 녹화 기록물은 6·25 후 황폐화된 국토를 민·관 협력으로 재건한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각종 공문서와 작업 일지, 사진, 홍보물, 우표 등 총 9619건이 포함됐다. 각 마을에서 ‘산림계’를 꾸리면서 만든 각종 규칙과 ‘삼천만의 희망을 산에 심자’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 1973~1977년 포항 영일만 복구 당시 촬영한 사진 등도 있다.

6·25 이후인 1960년대 전국의 식재(植栽) 수준은 1ha당 5.6㎥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산림 녹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쳤고, 2020년 식재량이 1ha당 165㎥ 수준으로 늘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림 녹화 과정은 세계의 다른 개발도상국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