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지구인 제주도 거문오름에 인공조림으로 심어진 외래수종인 삼나무를 베어냈더니 고유식물이 다시 복원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에서 인공조림된 삼나무를 간벌한 뒤 식생·수목 생육환경을 조사한 결과 38종의 고유식물이 다시 자라고 있는 사실을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지난 2016년 거문오름에서 인공 조림된 삼나무를 대대적으로 솎아내기 시작했다. 인공 조림된 외래수종이 자생 수종을 도태시켜 거문오름 본연의 모습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거문오름은 낙엽수와 상록활엽수로 이뤄진 자연림과 삼나무, 편백나무, 곰솔이 조림된 인공림으로 구성된 식생구조를 지니고 있다. 2016년 당시 거문오름 전체 면적 210만9410㎡ 가운데 인공조림지가 65만8144㎡(분지 10만5808㎡·외곽 55만2336㎡)로, 전체면적의 31%에 달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외래수종을 제거해 제주 본연의 자생 식생을 복원하라’고 권고했다.
삼나무 간벌이 이뤄진 이후 거문오름 지역에서 개승마, 여우콩, 좀가지풀 등 키가 작은 하층식생 32종류가 새로 자라나는 것이 확인됐다. 또 꾸지뽕나무, 두릅나무, 때죽나무 등 키 1~5m의 목본층 식물 6종도 자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문오름 내 삼나무 간벌 지역와 간벌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을 비교한 결과 종(種)의 다양도와 풍부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특정지역 내 분포하는 종수와 개체 수의 관계를 의미하는 ‘종 다양도’는 간벌지역의 경우 하층식생이 2.76, 목본층이 1.67로 간벌하지 않은 지역보다 각각 135%와 37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지역 내 분포하는 종의 수를 뜻하는 ‘종 풍부도’도 간벌지역에서 하층식생 4.68, 목본층이 1.67로 간벌하지 않은 지역보다 각각 167%와 214% 높았다. 특히 간벌지역 내 하층식생의 종 풍부도와 종 다양도는 자연림(종 풍부도 4.84, 종 다양도 2.67)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식생 본연의 모습으로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었다.
강만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거문오름 일대 인공림을 간벌해 자연림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며 “올해 말까지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식생 정비의 방향을 설정하고, 간벌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에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삼나무가 처음 식재됐다. 제주시 월평동 24만㎡에 임업 연구 목적으로 심었다. 일본이 원산지이지만 온난하고 습한 기후 덕분에 삼나무는 제주에서 더욱 잘 자랐다. 일제는 자원 수탈 목적으로 삼나무를 제주도 곳곳에 심었다.
제주도도 1970년대 한라산과 오름, 산간지역에 삼나무를 조림했다. 그 결과 삼나무는 제주 지역 2억3000만㎡에 8700만 그루가 자라게 됐고, 최대 인공림이 됐다. 하지만 삼나무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너무 높게 자라서 햇빛을 가려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