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잠긴 도로 - 태풍 오마이스가 경남 고성에 상륙한 24일 밤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앞 교차로 일대가 폭우로 물에 잠겨 통제됐다.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한 제12호 태풍 ‘오마이스’는 남부 지방을 관통하며 시간당 최대 100㎜의 ‘물 폭탄’을 터뜨렸다. 건물과 도로가 물에 잠겨 이재민이 발생했고, 차량과 운전자들이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마이스는 이날 오전 6시쯤 울릉도 남서쪽 60㎞ 해상에서 온대 저기압으로 바뀌어 소멸했다. 중심기압이 996헥토파스칼로, 최대 풍속이 초속 18~19m, 강풍 반경이 110㎞인 ‘소형 태풍’에 속했지만, 태풍 길목에 있던 남부 지방에 200㎜가 넘는 폭우를 쏟아냈다. 특히 거제 장목면엔 한때 시간당 99.5㎜의 집중호우를 퍼붓기도 했다.

침수 피해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0시 부산 기장군 철마면 임기천이 범람해 인근 주택과 상가 5~6곳이 물에 잠겼다. 주민 20~30여 명이 마을회관으로 급히 대피해 화를 면했다. 부산 시내 도로 일부 구간에서는 불어난 물이 한때 어른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면서 차량이 둥둥 떠내려가기도 했다. 북구 구포동에서는 길 가던 시민이 폭우로 열린 맨홀에 빠지기도 했다.

경북 포항 북구 죽장면 죽장시장에서는 상가 70채, 주택 50가구가 침수됐다.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에 112 순찰차가 매몰됐지만, 경찰관이 급히 빠져나와 화를 면했다. 경남 거제 장목면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왕복 2차선 도로가 통제됐고, 고성군 대가면에서는 도로가 유실돼 주민 2명이 고립됐다가 119에 구조됐다. 울산에서는 중구 태화시장이 물에 잠겨 상가 수십 곳이 피해를 봤다. 부산 동구와 경남 창원, 전남 순천·담양 등에서는 비 피해를 우려해 사전 대피한 주민 1179명 중 15명이 귀가하지 못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태풍은 지났지만 가을장마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이번 주 내내 비 소식이 있다. 기상청은 “남해안에 머무는 정체 전선의 영향으로 25일 아침 전라 서해안과 남해안부터 비가 시작돼 낮 동안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충남·전라·경남·제주도 산지에 30~80㎜(많은 곳 100㎜ 이상), 충북·제주도 20~60㎜, 수도권과 강원 영서·경북 5~40㎜다. 특히 서해 부근에서 비구름대가 꾸준히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과 전남·전북은 28일까지 비가 예보됐고, 수도권과 강원 영서에도 27~28일 가끔 비가 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