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 장마철 폭우가 전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연일 푸른 하늘이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유엔은 3주 전에 이미 ‘푸른 하늘의 날’을 기념했다.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 푸른 하늘의 날은 한국 주도로 제정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맑은 공기를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자 올해부터 매년 9월 7일 유엔환경계획 주도하에 기념하게 된다. 국제 협력과 공동 대응이 대기오염 저감에 필수적임을 감안한다면 유엔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왜 ‘푸른 하늘’의 날일까? 미세 먼지가 조금 있다고 해서 하늘색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러나 황사처럼 입자가 큰 미세 먼지가 떠 있거나, 다량의 미세 먼지가 좁은 지역에 모여 있다면 푸른 하늘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에서 푸른 하늘의 날을 기념하고 있을 때, 미국 캘리포니아는 오렌지색 하늘을 경험하고 있었다. 매년 반복되는 캘리포니아 산불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발생했고, 산불로 인한 연기와 재가 대낮의 하늘색마저 바꾸었다. 산불로 인한 다량의 미세 먼지가 햇빛을 산란(散亂)시켰기 때문이었다. 가시광선을 이루는 빨주노초파남보는 보라색에서 빨간색 순서로 산란되는 속성이 있다. 하늘이 파란 건 햇빛에 포함된 가시광선 중 보라색 계열이 먼 하늘에서 먼저 완전히 산란하면서 파란색 계열 가시광선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산불 미세 먼지는 파란색 계열을 지상 근처에서 완전히 산란시키면서 오히려 붉은색 계열 빛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는 저녁 노을이 미세 먼지가 많은 날일수록 더 붉은 것과 같은 원리다.
지표 오존은 미세 먼지만큼이나 중요한 대기오염 물질이다. 성층권 오존과 달리 화석연료 연소 시 생기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햇빛에 의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진다. 오존은 대기 중 다른 오염 물질과 반응하여 미세 먼지를 만들고 하늘을 뿌옇게 만들 수 있다. 이를 광화학 스모그라 부른다.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은 분명 푸른 하늘에 도움이 된다. 올해는 이미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올봄 미세 먼지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적었다. 지난 3월 초미세 먼지, 미세 먼지, 그리고 대표적인 질소산화물인 이산화질소 농도는 작년에 비해 각각 45%, 36%, 20% 정도 감소했다.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코로나로 인한 국내 경제활동 감소, 중국발 오염 물질 감소, 노후 차량 운행 제한 등 미세 먼지 계절 관리제 시행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는 날씨도 도왔다.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고 작년보다 강수량도 많았다.
대기 질 개선은 곧 온실기체 배출량 감소를 의미한다.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기체 모두 화석연료 연소가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물질과 마찬가지로 올해 1~4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작년에 비해 8%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한국은 어땠을까? 아쉽게도 자료가 없다. 2016년 배출량 기준으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아홉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도시별 배출량은 더 심각하다. 인천과 서울이 전 세계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그럼에도 도심 지역 이산화탄소 배출량 및 대기 중 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미세 먼지와 대조적인 부분이다. 일부 지역에서 기후변화를 감시하기 위한 관측이 수행되고 있지만 안면도, 제주도, 울릉도 등 배경 대기 관측에 국한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역별로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좀 더 상세한 관측이 요구된다. 지난해 안면도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 지구 평균값보다 1.2% 정도 높았고, 최근 서울에서 관측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청정 지역인 하와이보다 무려 6.4%나 높았다.
푸른 하늘을 위한 첫걸음은 믿을 수 있는 자료의 확보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천리안위성 2B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해 동아시아 미세 먼지와 오존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천리안위성 2B호는 환경오염 물질의 생성, 이동 및 소멸을 관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환경 관측 위성이다. 아쉽게도 주요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관측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인공위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이산화탄소를 감시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상 관측 및 배출원 추적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쉽지 않지만 이제라도 서둘러 온실가스 감시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걱정을 덜어내고, 매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