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정연한 구획 안에 신비로운 상징들이 정교하게 조각된 이 원반은 아즈텍 문명의 대표적 유물로서 ‘태양의 돌’이라고 불린다. 지름 358센티미터, 두께 98센티미터, 무게 25t에 달하는 거대한 석조물을 조성한 건, 1502년에서 1520년까지 재위하며 아즈텍 제국 최대의 판도를 이뤘던 목테수마 2세라고 알려져 있다. 1519년, 에스파냐의 정복자 코르테스를 맞이했던 것도 바로 목테수마 2세다. ‘태양의 돌’은 1521년, 에스파냐에 의해 아즈텍 제국이 멸망당한 직후에 지금의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한복판에 매장됐다가 1885년에서야 발견됐다.
이는 흔히 ‘아즈텍 달력’이라고도 하는데, 고대 아즈텍인들의 역법(曆法)과 우주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운데 혀를 내민 인물은 현세를 창조한 ‘제5의 태양’인데, 두 손을 양옆으로 내밀어 인간의 심장을 하나씩 움켜쥐고 있다. ‘제5의 태양’을 둘러싼 네 개의 네모에는 각각 재규어, 바람, 불의 비, 그리고 물의 상징이 있다. 현세가 오기까지 지나쳐간 과거의 네 시대가 야수와 태풍, 화재와 홍수에 의해 멸망했다는 것. 그리고 ‘제5의 태양’은 지진으로 스러지게 된다고 한다.
지난 2012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종말론이 바로 이 아즈텍의 역법에서 유래했다. ‘제5의 태양’이 끝나는 시점이 2012년 12월 21일이라는 설이 파다했고, 때마침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도 예언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인류는 그날을 무사히 넘겼다. 만약 과거 아즈텍인들이 종말을 예견했다면 그건 2012년이 아니라, 코르테스가 그 땅에 발을 디뎠던 1519년 4월 21일이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