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주 서편에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주거지가 있다. 무려 60억평에 펼쳐진, 2000년 역사를 지닌 ‘아코마 푸에블로(Acoma Pueblo)’다. ‘아코마’는 부족 이름, ‘푸에블로’는 마을이라는 뜻. 그중에서도 ‘하늘 도시(Sky City)’라는 특별한 곳이 있다. 12세기에 건설되어 현재까지 사람이 사는, 미국에서 아주 오래된 마을 중 하나다. 이곳은 ‘메사(Mesa)’라고 하는 바위 절벽 위에 구축되었는데 높이가 지표면부터 111m다. 이런 천연 요새와 같은 지형을 선택한 건 인근 인디언 부족인 아파치나 나바호의 침략을 피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다.
절벽을 올라가면 반듯한 평지에 조성된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식 형태의 테라스 주택들과 마을 중심인 광장, 흙으로 빚은 둥그런 공용 오븐, 그리고 종교 의식을 위한 공간 키바(kiva)가 있다. 진흙과 사암(砂巖), 짚을 섞어 지은 주택은 3층 구조로 아래층 옥상이 위층의 테라스가 되는 형식이다. 건물 내외부에 계단은 없고, 오르내리기는 벽에 걸친 사다리로 한다. 역시 방어 목적이다.
평화롭던 이들에게 시련이 닥친 건 아메리카 대륙에 스페인 탐험가들이 상륙한 이후다. 이들이 처음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은 지쳐있는 군인들과 말에게 물을 주며 친절하게 맞이했다. 하지만 1599년 이곳을 다시 방문한 스페인 군대는 침략자의 본성을 드러내 주민 4000명 중 800여 명을 죽이는 학살을 감행했다. 이후 세금을 징수하는 등 전형적 식민 정치를 펼쳤다. 특히 원주민들이 가장 신성시하던 장소에 가톨릭 교회(San Estevan Del Rey Mission Church)를 지었다. 그 과정에서 노예로 부리던 원주민이 무거운 건축 자재를 나르다가 힘에 겨워 떨어뜨리면 손이나 발가락을 자르는 체벌을 했다. 1640년에 완공된 교회는 이후 두 번 벼락을 맞아 크게 훼손되었다. 이 마을에 아직 살고 있는 원주민의 후예가 이야기한다. 은혜를 배반하고, 신의 성전을 짓는다며 학살과 만행을 저질러 하늘의 노여움을 산 것이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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