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고건전 총리가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고건(高建) 전 총리가 8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안방’ 공략에 나선 것은 최근 들어 나타난 지지율 정체 내지는 하락 현상을 극복하려면 적극 공세로 돌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고 전 총리는 오는 14~15일 광주와 전남 목포 등을 방문한다.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를 찾는 것이다. 그만큼 고 전 총리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최근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고 전 총리가 목포를 방문하는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고 전 총리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박 전 대통령은 경제 개발 과정에서 온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은 분”이라며 “지금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 다시 한 번 선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 통합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새마을운동 당시 산림녹화사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 1월부터 박 전 대통령 사망 때까지 청와대 행정수석을 지냈다. 그는 “육영수 여사가 타계한 뒤 박 전 대통령이 외로워서 그런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비서관들과 술자리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맥주 한 병을 탁주 한 주전자에 섞은 ‘비탁 칵테일’을 만들었다. 내가 그걸 만들려고 하면 박 전 대통령은 ‘당신은 배합비율을 몰라서 안 된다’고 했다. 그 뒤로 나도 몇 번 만들어 봤는데 그 맛이 안 났다”고 했다.

고 전 총리는 최근 여러 강연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해 왔다. 1970년대 당시 내무부 새마을 담당관으로 재직하면서 전임자들이 모두 실패했던 동대본산의 녹화사업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의 인정을 받았고, 5년간 새마을 운동의 실무를 맡은 뒤 38세에 전남도지사로 발탁됐다는 일화도 자주 인용하곤 한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이 박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우리는 건국 이래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사를 걸었다”면서 “광주 5·18 묘역에서는 민주화 정신을 배웠고, 여기서는 새마을 정신을 배웠다”고 답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영·호남 부부들의 친목 모임인 ‘한가람회’ 공동대표 자격으로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