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권력형 비리와 섹스 스캔들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천량위(陳良宇) 상하이시 서기의 낙마로 중국 권력구도에 파란을 몰고 온 ‘상하이 사회보장기금 사건’ 뒤에는 홍콩 여배우 장만위(張曼玉)를 쏙 빼닮은 미모의 여인이 있었으며, 이 여인이 고위 공무원들과의 정사장면을 녹화해 둔 비디오가 수사 확대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중국 신식시보(信息時報)가 23일 전했다.

무명 모델 출신인 루자리(盧嘉麗·32·가명)는 2001년 한 사교모임에서 푸시(福禧)그룹의 장룽쿤(張榮坤·39) 회장을 알게 됐다. 장 회장은 상하이시 고위 공무원들의 비호하에 4400억원이 넘는 사회보장기금을 제 돈 쓰듯 한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다. 두 사람은 주쥔이(祝均一) 상하이시 노동사회보장국장을 타깃으로 첫 번째 ‘은밀한 사업’을 시작했다.

주 국장이 장만위의 열렬한 팬임을 알고 있었던 장 회장은 회의차 호텔에 투숙한 주 국장의 방에 장만위와 똑 닮은 루씨를 들여보낸 것. 이 ‘성 상납’ 효과로 장 회장은 상하이~항저우(杭州) 간 고속도로 건설권을 따냈고, 청년실업가로 부상했다. 재미를 본 장 회장은 루씨에게 아예 모델회사를 차려주고 고위 공무원들과의 ‘은밀한 만남’을 계속 주선했다.

꼬리가 잡힌 것은 작년 4월. 사회보장기금 비리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 들어오자, 루씨는 “호텔방에서 일어난 일을 몰래 녹화해 뒀는데, 소환되면 내밀어라. 거물들이 많으니 (사건을) 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장 회장에게 비디오 테이프들을 건넸다.

하지만 사태는 이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진행됐다. 비디오를 입수한 중국 수사당국은 이후 주쥔이 국장과 추샤오화(邱曉華) 국가통계국장 등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공무원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해외로 도피한 루씨는 현재 공개수배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