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강의와 방과후 학교를 시작한 뒤 1년 동안 사교육비가 월 10만원 감소하고 학원 수강생이 12% 줄었다니! 대단하네요. 계속 잘해주세요.”

아마도 2005년 2월 17일 즈음, 청와대는 교육부 관료들의 보고를 받고 이렇게 반응했을지 모른다. 정부는 그 1년 전인 2004년 2월 17일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2·17 사교육비 대책’을 발표했고, 1년 뒤에 이런저런 효과가 있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일반 학부모 중 이런 결과를 피부에 와 닿게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통계청 최근 발표에서 올해 3분기 도시에 거주하는 2인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가 월평균 15만2000원으로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32.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하게 전국 가구수로 환산해도 2007년 한 해 학원과 과외에 지출되는 사교육비가 29조원 가깝게 나온다. 교육부 한 해 예산이 30조가 조금 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계부담이 상당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양극화를 보여주는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사교육비 격차도 5.7배다. 차이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있으며 저소득층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정부 발표와도 전혀 다르다.

이렇게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여기저기에 있었다. 참여정부만 눈감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부교육정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의 2006년 보고서를 보면 “내신을 강조하는 2008년 대입제도가 과연 사교육 부담을 줄일 것인가”란 질문에 학생 70%, 교사 73%, 학부모 60%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내신강화로 인한 학생 간의 경쟁이 심화되어 내신 대비 학원수요가 증가하리란 사실을 학생과 학부모가 먼저 알았다는 얘기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참여정부의 뒷북치는 사교육 정책이다. 정책을 마련하려면 당연히 정확한 실태파악이 먼저다. 그러나 세밀한 사교육비 실태는 소위 ‘2·17 대책’이 나온 지 2년 뒤인 2006년 말에야 발표됐고 더 체계적이고 대단위의 사교육비 조사는 올해에야 실시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꾸 자료를 감추려는 태도도 문제다. 통계청 공식 조사 결과는 내년 2월에야 발표되는데, 각 지역별 구체적인 사교육 실태까지 공개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또 정부는 이 자료를 활용하는 연구자는 5년간 관련 자료를 학계 다른 사람들과 아예 공유하지 못하게 할 예정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부가 진심으로 사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는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사교육비 대책이 성과가 있든 없든 당연히 다양한 관련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 참여정부 역점사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성과 위주 홍보성 발표는 필요 없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해서 불어나는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감춰지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 문제는 현재만의 문제도 아니고 교육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한순간의 정책실패를 모면하기 위해 덮어 두는 것은 앞으로 20~30년 후 지금의 학부모 세대가 50대와 60대가 되었을 때 자녀 사교육비 지출에 올인한 결과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거리로 나앉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 대통령과 정부는 이제라도 정보를 감추는 버릇을 버리고 사교육비 실태를 제대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사교육비 문제를 덮어뒀다”는 후대의 비난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