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100일간 청와대와 내각에선 내부 갈등과 소통 부재, 정무기능 부재로 인한 국정마비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7개 수석실 중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곳이 별로 없다"고 했다.
◆정무는 없고, 실무만 있다
여권 관계자는 "쇠고기 협상 직후 관계장관 회의에서 '광우병에 대한 선전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청와대 정무라인과 해당 정부 부처 모두 흘려 넘겨 버렸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은 쇠고기 대책회의에서 "어제 촛불집회가 열렸고 1만 명이 참석했다"고 보고했다가 혼쭐이 났다. 이 대통령은 "신문만 봐도 나오는 걸 왜 보고하느냐.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박재완 정무수석은 1주일에 2~3일씩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지내며 일을 챙겼지만, 쇠고기 및 박근혜 전 대표의 친박 복당 요구들을 푸는 데 실패했다.
다른 수석비서관들도 디테일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취향에 맞추느라 큰 그림보다는 구체적 내용과 수치를 챙기는 데 치중하면서 '과장급 수석'이라는 호칭이 생겼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현안 논의 때 대통령과 류 실장 외에 입을 여는 수석이 별로 없다. '노(No)'라고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수석끼리도 불통(不通)
청와대 내부의 소통부재도 심각하다. 핵심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얘기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하지 않고, 따로 나가서 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중심의 방사형 체제로 운영하다 보니, 정보공유보다는 단독플레이를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될 때 외교안보·경제 수석실 외에는 그 내용을 몰랐다고 한다.
한 수석비서관은 최근 산하 부처가 다른 수석에게 별도 보고를 한 사실을 알고,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청와대 내에 대형 사무실과 국장급 보좌관을 두고 부처로부터 별도 보고를 받자, 류 실장 측은 "과도하다"고 했다.
◆청와대와 내각도 엇박자
지난 3월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사공일 위원장 때문에 더 이상 일 못하겠다"며 사표를 내려 했다고 한다. 문화재 조사 관련 규제를 풀라는 지시에 반대했지만, 사공 위원장이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등도 "경쟁력강화위가 너무 독주한다"고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영어공교육과 고교다양화 정책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수석실의 한 인사는 최근 모 행사에서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류 실장이 29일 정부의 고유가 대책을 질책한 것도 기획재정부와의 엇박자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고강도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핵심정책을 발표 내용에서 뺐고,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책을 세우라고 하면, 부처가 각종 이유를 대며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