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매님들 작품 참 많이 하시죠. 지금 방송되는 '베토벤 바이러스'를 비롯, '쾌도 홍길동', '쾌걸 춘향' 등이 이분들이 쓴 드라마입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글. 사실일까? 아니다.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쓴 작가는 '홍자매', 홍진아(41)·홍자람(38)씨.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튀는 대사가 매력적인 '환상의 커플', '쾌도 홍길동'을 쓴 그 '홍자매(홍정은·홍미란)'는 아니다.

'쾌도' 홍자매가 고전소설 또는 한국 드라마의 오래된 관습을 뒤집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다면 '베토벤' 홍자매는 초라한 현실을 딛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주력해왔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그런 주제의식이 가장 세련되게 집약된 작품. 독설로 일관하는 괴짜 지휘자 강마에(김명민)가 생업을 포기 못해 주저하는 음악 천재 강건우(장근석)에게 던졌던 대사, "꿈을 이루라는 게 아냐. 꿔보기라도 하는 거지"는 그 정점이다. 전작 '태릉선수촌',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도 이들은 각각 스포츠, 연예계에서 성공하려는 젊은이들의 질주를 다뤘다.

화제작‘베토벤 바이러스’(사진 왼쪽)를 쓴 자매 작가 홍진아₩홍자람씨는 작고한 부친인 소설가 홍성원 (오른쪽)씨로부터 문학 기질을 이어받았다.

두 쌍의 홍자매는 모두 다른 장르 프로그램의 작가로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통한다. '베토벤' 홍자매는 데뷔 초 교양·다큐 프로그램을 주로 썼고, '쾌도' 홍자매는 오락 프로그램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드라마계의 '블루칩'이다. '베토벤' 홍자매는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터뷰는 늘 사절이고, 동생 홍자람 작가는 사진 공개도 거부한다. 두 사람은 대하소설 '남과 북', '먼동' 등을 쓴 소설가 고(故) 홍성원(지난 5월 타계)씨의 딸들이다. '베토벤 바이러스' 연출자 이재규 PD는 지난 4월 가진 한 인터뷰에서 "두 작가는 홍 선생님의 투병생활을 도우면서 집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