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의 팀 선수 기용까지 참견하시네요."

LG 김재박 감독이 SK 김성근 감독이 16일 한 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말투는 점잖았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잠실경기에 앞서 LG 에이스 봉중근이 엔트리에서 제외돼 남은 시즌에 등판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자 "팬들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던져야 하는 것 아니냐.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의무감이 없다. 아프다고 빠지고.... 팬들은 그들을 보러 오는데 얼마나 실망하겠나. 기본을 모르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김 감독은 "600만 관중이 오면 뭐하나. 부끄럽지 않게 야구를 해야지"라고 말했었다.

김 감독은 팬 서비스를 내세워 이같은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 말의 진짜 의도는 다른 데 있는 것 아니냐는 게 LG 김재박 감독의 생각이다. 김재박 감독은 LG가 주말 광주 KIA전에 봉중근을 등판시켜 1경기를 잡아주길 원했는데 봉중근이 엔트리에서 빠져 선두 경쟁중인 KIA전에 등판하지 못하게 되자 김성근 감독이 불만을 터트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박 감독은 17일 오전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기분 나쁘다. 봉중근의 엔트리 말소는 전적으로 감독인 나와, 당사자인 봉중근, 구단이 협의를 해서 내린 결정인데 왜 다른 팀 감독이 그걸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봉중근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부터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남은 경기 등판보다는 내년을 대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뺐다. 정상적으로 등판이 가능했다면 16일 SK전에 낼 수도 있었다. 팬들도 다 이해하는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감독은 "야구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에이스가 등판한다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게다가 4강 경쟁에서 탈락한 팀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한 수순인데 그걸 가지고 다른 팀 감독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분명히 월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얼마전 봉중근이 팔꿈치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선발 등판을 했을 땐 김성근 감독께서 뭐라 하셨나. 그땐 정반대로 '저러다 고장이 나면 누가 책임 질 것이냐'고 하지 않았나"고 꼬집었다.

실제로 봉중근이 팔꿈치 부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3일 SK전에 선발 등판한다고 했을 때 김성근 감독은 "투수의 팔은 단 한순간 실수로도 영원히 망가질 수 있다. 미래를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등판을 자제할 것을 권했었다(본지 8월13일자 참조). 봉중근은 당시 SK전에 예정대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결국 김재박 감독은 김성근 감독의 발언을 일종의 '내정 간섭'으로 받아들여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이다.

시즌 막판 유례없는 선두와 4위 경쟁 혼전 속에서 사령탑들의 첨예한 신경전도 장외의 또다른 '빅 이벤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