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당구연맹이 주최한 포켓볼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에는 두명의 자매가 나란히 출전해 관심을 모았다. 차보람(25)과 차유람(23).

선발전에서 자매의 희비는 엇갈렸다. 동생 차유람은 여자대표(3명)로 당당히 선발됐다. 반면 언니 차보람은 고배를 들었다. 차보람은 5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6개월전 큐대를 다시 잡은 상황. 차보람은 "훈련을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않아 아직 대표로 뽑히기엔 기량이 부족하다. 내년에는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유람은 이번에 대표로 선발됨에 따라 오는 11월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의 8부능선을 넘어섰다. 3명 중 자체 평가전을 통해 2명이 최종 엔트리로 선발될 예정.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포켓볼에 출전했으나 메달획득에 실패했던 차유람은 "대표에서 탈락한 언니를 생각해서라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꼭 메달을 따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켓볼은 긴 쿠션의 중앙과 네 모서리에 총 6개의 구멍이 있는 당구대에서 공을 구멍에 넣으면 득점이 이뤄지는 당구의 한 종목. 아시안게임 여자 포켓볼에선 공 8개를 다루는 '8볼'과 9개를 다루는 '9볼' 두가지로 치러진다.

이들 자매의 아버지는 인천과 경기도 일산에서 2개의 횟집을 운영하는 차성익씨(56). 전라남도 완도군이 고향인 차씨는 완도수산고등학교 시절 100m를 11초F에 주파했던 육상선수 출신이다. 당시 완도 고교생 중에선 단거리 1인자였다. 그는 "고교졸업 후 계속 운동을 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육상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어머니 고소영씨(49)도 건강관리 차원에서 배운 테니스에 일가견이 있는 스포츠 가족. 차성익-고소영 부부는 슬하에 딸만 둘을 뒀고 두 딸이 당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고교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처음 완도에서 식당을 개업한 차씨가 두 딸에게 처음 권한 것은 테니스. 지난 1995년 차보람이 완도초등학교 3학년, 유람이 같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었을 때다. 차씨는 "완도초등학교 테니스팀을 가끔 초청해 식사를 제공한 것이 인연이 돼 딸들에게 테니스를 권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매는 소년체전 전남대표를 지내는 등 테니스에 소질을 보였다.

▶당구는 화장하고 할 수 있는 운동

차보람-유람 자매가 테니스를 그만두고 당구로 종목을 교체한 한 것은 지난 2000년. 차보람이 완도여중 2학년, 유람이 완도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아버지 차씨는 "딸들이 야외에서 하는 타이트한 테니스 훈련을 힘들어 했고 합숙훈련을 하다보니 생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햇빛에 노출되지 않고 여자로서 나중에 예쁘게 화장까지 하고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당구를 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당구에서도 이들 자매는 두각을 나타내 전국 중고 랭킹전에서 1~2위를 다퉜다. 그런데 비슷했던 자매의 당구실력은 2003년쯤부터 동생의 실력이 언니를 능가, 차유람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태극마트를 달고 출전했다.

이들 자매는 검정고시로 고졸 자격을 획득한 공통점도 갖고 있다. 차보람은 서울 동도공고(현 서울디자인고) 1년때, 유람은 수원 율전중 2년때 자퇴했다. 당시 재학중인 학교에서 당구를 가르치지 않아 개인 강습을 통해 당구를 배우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것.

차유람은 스스로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며 남다른 승부근성의 소유자임을 밝혔다. 출전한 대회에서 1위에 오르지 못하면 집에 가서 펑펑 울기도 한다고 했다. 이같은 승부근성이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비결이라는 게 이장수 대표팀 감독의 칭찬.

차유람은 또한 모델 뺨치는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로 홈피 누적 방문자가 170여만명에 달할 정도로 스포츠스타 중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1m63, 47㎏의 체격. 아시안게임 전까지 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해 체중을 불릴 작정이다. 차보람은 1m65, 53㎏으로 동생보다 체격이 좋다.

▶당구의 매력은 고도의 집중력

차유람은 '당구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엇보다 집중력이 좋아지고 하체도 튼튼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구 공을 주시할 때 눈의 긴장감이 팽팽하다보니 오랫동안 당구를 하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차유람의 좌-우 시력은 0.1 수준. 연습이나 경기를 할 때는 렌즈를 착용하고 있다고 한다. 차보람은 시력이 좋지않았는데, 3년전 라섹수술을 받아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즐기는 당구는 하지 않는다는 차유람은 당구를 잘 칠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선 "머릿속에 공의 예상 움직임을 이미지로 그려보고 치고 난 후에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보람-유람 자매는 요즘 오전 6시에 기상해 인천 도림동 집 뒷산으로 1시간 동안 등산을 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식사 후 오전 10시쯤부터 일산의 한 당구장에서 6시간동안 실전훈련을 한다. 차유람은 "어릴 때부터 언니와 같은 길을 걸으며 늘 붙어다니다보니 언니가 옆에만 있어도 든든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