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기도 용인에서 현금수송차량을 덮쳤던 3인조 탈취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경찰청과 용인경찰서는 1일 "현금을 탈취한 뒤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용의자 2명과 현금수송 차량을 막은 공모자 1명을 지난달 25일과 28일 검거했다"며 "범인은 모두 농아인(聾啞人)이고 오토바이 2인조는 교도소 동기"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범인 중 한 명이 승용차로 KT&G 현금수송차량을 가로막는 사이에 다른 한 명이 현금수송차 뒷문을 열고 8230만원이 든 가방을 꺼낸 뒤 10m 떨어진 골목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기다리던 공범과 함께 달아났다.
경찰은 한 달 전 서울에서 일어난 현금탈취 사건과 비슷해 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지난 1월 2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오토바이를 탄 괴한 2명이 현금수송업체 직원들이 운반하던 9700만원이 든 가방을 날치기해 달아났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 미궁에 빠져 있다.
◆두 사건 용의자 범행수법 흡사
경찰은 여러 가지 이유로 두 사건 용의자를 동일범으로 보고 있다. 두 사건 범인들은 모두 현금수송차량이 운반하던 현금을 가방째 탈취해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지난 1월 고속터미널 날치기 사건 목격자들이 기억하는 오토바이 2인조는 검은색 옷을 입었고 한 명은 검은 헬멧, 한 명은 흰 마스크를 썼다. 용인 사건의 용의자 한 명도 아래위 검은색 옷을 입었고 다른 한 명은 검은 헬멧을 썼다. 용의자 나이도 20~30대로 같고 체구 역시 비슷했다. 두 범행에 사용된 오토바이 기종(혼다 CB400)도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용인경찰서가 잡은 3인조 탈취범들이 농아인이고 서초경찰서가 지목하고 있는 용의자들도 농아인이다. 서초경찰서는 오토바이 날치기 전과가 있는 농아인들이 사건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대상에 전과가 있는 농아인 10여명을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경찰청은 "두 사건을 동일범이거나 동일 조직의 조직원이 벌인 범행으로 보고 서초경찰서와 공조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서는 그러나 "용인 현금탈취범은 고속버스터미널 날치기 때 다른 곳에 있었다는 정황이 있어 동일범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현금수송업체 허술한 관리가 문제
범인들이 한 달 새 두 차례나 현금수송차량이 운반하던 거액의 현금을 대담하게 털어갈 수 있었던 것은 현금수송업체의 허술한 관리와 경찰의 방심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5개 대형 현금수송 경비업체들은 모두 3인 1조로 일을 처리한다. 한 명이 현금수송차량을 지키는 동안 나머지 두 명이 현금을 들고 현금지급기로 이동한다. 현금수송차량과 경비업체 직원 무전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부착돼 있다. 그러나 눈 깜짝할 새 일어나는 날치기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용인대 경호학과 이상철(54) 교수는 "날치기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은 현행 3인 1조 체제를 최소 4인 1조로 바꿔 경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현금이 든 가방과 직원 사이를 호송줄이나 가죽끈으로 연결해 날치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고속터미널에서 일어난 현금 탈취 사건 당시 현금가방과 경비업체 직원의 손 사이에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
현금 수송차량 운전기사는 시동을 꺼 놨더라도 열쇠를 차에 꽂아둬서는 안 된다. 실제 지난해 7월 종로에서 현금수송차를 운전하던 직원이 열쇠를 꽂아둔 채 밖으로 나온 사이 범인이 운전석에 올라타 차를 몰고 도주한 사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