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이다정 기자] KBS 2TV 수목극 '신데렐라 언니'에서 문근영-서우 자매 사이를 순식간에 갈라버린 남자가 있다. 효선(서우)이 짝사랑해온 고등학교 동창 동수가 그 주인공. 동수는 효선 대신 정작 은조(문근영)에게 마음을 고백해, 자매 간 격렬한 몸싸움의 시발점이 됐다. 그는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픽픽 쓰러지며 '허당 동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사 중 "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라고 해 '어동수'로 불리기도 했다. 짧은 순간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결국 자매의 몸싸움에 겁먹고 도망간 동수 역의 연우진을 T-뉴스가 만나봤다.

▶스물일곱에 고딩? 문근영 서우보다 동안!

1984년생인 연우진은 올해 스물일곱이다. 심지어 군필자라고 했지만 이십대 후반의 느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문근영-서우 자매의 고등학생 시절에 투입된 이유도 절대 동안 덕분이었다.

"동수 역으로는 2월 초에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됐는데, 제 나이보다 어려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후드 티셔츠에 컬러풀한 의상으로 차려입고 갔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더니 김영조 감독님께서 잘 봐주신 것 같다."

동수 역은 '멋진 훈남 오빠' 혹은 '학교 내 우상'이라기보다 약간은 '찌질하고' 어수룩한 역이라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작은 배역이었지만 동수를 표현하기 위해 제일 먼저 비슷한 분위기의 안경을 맞췄다.

"분위기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인데, 알고 보면 허당인 캐릭터였다. 왠지 '동수'라는 이름과 극중 성격이 정말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내 나이에 고등학생 시절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라 즐겁게 연기했다."

동수의 성격과 실제 성격은 어느 정도로 비슷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에서 자꾸 비슷하다고 얘기하더라(웃음). 사실 어수룩한 모습이 있어서 준비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동수보다 배우 연우진이라면 더 자신있게 행동했을 것 같다."

▶'친구사이' 주인공 서지후에서 연우진으로 개명한 사연?

연우진은 2009년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 로맨스 영화 '친구 사이?'로 데뷔한 충무로 유망주다. 당시 그는 서지후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고, 2010년 해가 바뀌면서 연우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해 드라마에 도전하게 됐다.

"서지후라는 이름도 본명은 아니었다.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갑자기 짓게 됐는데, 이후 좋은 일이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연우진이라는 이름은 '옥돌에 이르다'는 뜻인데, 평생 쓸 이름을 찾던 중 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바람에 새로 개명하게 됐다. 작명소에서 지은 이름이라 신뢰가 더 가기도 했다(웃음)."

아직은 올라갈 길이 많은 신예, 그에게 '신데렐라 언니'는 드라마 데뷔작이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터전이었다.

"준비 기간이 짧았었던데다 드라마가 처음이라 처음엔 정신없고 낯설었다. 일곱 시간까지 대기하면서 촬영을 했는데, 다행히 촬영장 분위기가 활기차서 쉽게 적응했다. 문근영 선배를 관찰하니 집중력이 엄청 좋은데다 촬영이 끝나고도 캐릭터를 유지하는 노련함이 있더라. 몸으로 하나씩 체득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강릉에서 자란 '시골 소년'의 가족은 아버지가 고등학교 미술 교사이고 동생이 인디밴드 드러머인 예술가 집안. 자연을 좋아하는 '아날로그 인간' 연우진은 순수한 멜로영화를 보며 연기에 눈을 떴고, 선배 박해일을 롤모델 삼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파이란'이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등을 보며 감정이입을 많이 한다. 배우로서는 한석규나 박해일 선배처럼 깊은 멜로를 연기하다가도 '백야행'이나 '연애의 목적'처럼 반대되는 역할을 소화하게 되는 것이 꿈이다.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비추며 일을 잘, 그리고 오래 하고 싶다."

<anbie@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