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주부 한성란 씨(46·여) 집의 하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고3 아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침밥을 먹이고 등교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들은 아침밥을 거르고 집을 나서는 날이 다반사다. 이날도 역시 한 씨의 아들은 아침밥 대신 몇 분 간의 잠을 택했다. 한 씨는 "억지로 깨워서라도 밥을 먹이고 싶지만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했을 아이가 안쓰러워서 그냥 자게 내버려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부 김미숙 씨(48ㆍ여) 또한 고3 수험생을 자녀로 둔 부모다. 하지만 김 씨는 딸을 초등학교 때부터 아침을 꼭 먹이고 등교 시켰다. 이렇게 아침밥을 먹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뇌에는 어떤 영향과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학업 성적이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중 상당수는 아침밥을 거르고 등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농촌진흥청에서 대학생 3600여 명을 대상으로 아침식사와 수능 성적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매일 아침식사를 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평균 수능 성적이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의 평균 성적보다 5% 높았다. 점수로 환산하면 약 20점 차이다. 뿐만 아니라 아침밥을 먹은 학생이 비교집단 보다 주의집중의 품질통제력을 나타내는 품질통제지수(Q)와 주의집중력의 지속정도를 알려주는 연속성지수(C)가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학생 중 상당수는 아침밥을 먹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고교생 7명 중 1명(14.3%)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었다. 이 같은 아침식사 결식률은 초등학생도 4.84%, 중학생도 10.56%나 됐다. 우리나라 청소년 아침식사 비율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 50%, 중국 72%, 일본 82%로 가장 낮았다.

한·중·일 청소년 아침식사 비율.

사람의 뇌는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를 움직이는 곳으로 신체 하루 에너지 소모량 전체의 20%를 소모한다. 그만큼 뇌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런 에너지는 쌀을 통해 섭취된 탄수화물이 소화되면서 분해되는 포도당에 있다. 때문에 아침밥을 거르면 두뇌 회전에 필요한 포도당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진다. 이는 곧 학업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재헌(인제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침밥이 청소년의 학업성적과 인지능력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많다"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밥의 레시피가 개발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른 아침 바쁜시간에 차려먹는 식사는 되도록 간편하고 영양가가 풍부한 식단이 좋다.

사실 이른 아침부터 바쁜 등교시간에 밥을 차려주는 일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이나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침밥을 효율적으로 차리고 간편하게 차리는 방법은 없을까?

학생들이 아침밥을 거르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누적된 피로로 식욕이 떨어져 아침밥 먹기를 꺼려한다. 이에 주부 김미숙 씨는 "아침밥으로는 짧은 시간에 먹기 편하고 맛이 좋으면서 영양가가 풍부한 식단이 좋다"고 말한다.

김 씨는 자녀에게 주로 해주는 아침은 현미밥과 죽을 해준다고 한다. "'배아(쌀눈)'와 '호분층(쌀겨)'이 있는 현미는 수험생의 아침식사로 좋은 음식재료"라며 현미밥을 추천했다. 하지만 현미는 거친 식감 때문에 먹기가 꺼려지는 단점이 있다. 김 씨는 "이땐 현미밥 대신 누룽지로 만들면 먹기가 편하다"며 "위에 부담이 적어 속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누룽지와 백죽은 간편하고 위에 부담이 적어 속이 편하다. 고등어는 DHA 함량이 많아 청소년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강 교수는 "현미에는 탄수화물은 물론이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며 "집중력을 높여주는 뇌 활성 아미노산인 가바, 뇌 세포의 파괴를 막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도 풍부하다"고 말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죽도 아침식사로 좋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백죽(白粥)'이라고 해 "아침으로 죽을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기록돼 있다. 죽은 곡류를 오랫동안 끓여서 만들기 때문에 곡물의 녹말이 충분히 풀어져 소화가 빠르고 위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바쁜 아침에 오랜 시간 죽을 끓이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손쉽게 죽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쌀가공식품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