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 때문에 이혼한 사람들의 판례를 보면 '돈 문제'로 얽히고설키다 결국 남들한테도 차마 못 할 언행을 하다가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도를 넘은 간섭, 도를 넘은 욕설이 다시는 봉합할 수 없는 파탄을 부른 것이다.

시어머니(70)가 며느리(35)와 휴대전화로 화상전화를 하면서 "네가 살림을 어떻게 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면서 "냉장고에 무슨 반찬이 있는지, 와이셔츠는 모두 다렸는지, 내 아들 도시락 반찬이 뭔지 휴대전화 카메라로 비춰보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결혼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예단 액수가 적어 앙심을 품고 있다가, 급기야 며느리 일거수일투족을 불만스럽게 여기게 된 사례였다.

부부끼리 주고받는 말도 시정잡배들이 다투는 것보다 더 살벌한 수준이었다. 예단 때문에 계속 싸우다 작년 8월 갈라선 김태근(가명·38·의사)·정은미(가명·33·회사원)씨 부부가 대표적이다.

이 커플은 신랑 부모가 집을 사주는 대신, 신부 부모가 차 뽑고 혼수 마련하고 병원 차리는 비용 절반을 보태주기로 합의했다. 각론으로 들어가니 복잡해졌다. 신랑이 빈정댔다. "내 친구가 왜 자기 부인에게 잘해주는지 알아? 의사 사위 얻었는데 집까지 해왔다고 장인어른이 벤츠 뽑아주고 병원 차려줬기 때문이야. 나는 왜 겨우 국산 SUV인지 억울해서 못 살겠어."

신부가 맞받아쳤다. "내 친구 신랑은 40평대 강남 아파트 사왔어. 당신은 30평대 강북 아파트 사왔잖아? 의사면 다야?" 격분해서 뱉은 말이 양가 부모 귀에 중계방송됐다. 3년 만에 헤어지면서 양가 변호사가 법정에 써낸 글을 한 줄로 요약하면 결국 이런 뜻이다. "내 돈 돌려달라."

멀쩡한 고학력 전문직 신랑이 술도 안 취한 상태에서 툭하면 신부에게 "○ 같은 ○아, 돈 벌어오라"고 욕해 소송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이 신랑은 아내에게 "네가 해온 게 뭐가 있냐. 내가 벌어온 돈 쓰지 말고 몸만 나가라" "처가가 부잣집이면, 부실하던 성기능도 향상된다더라" 등등 입에 못 담을 욕설을 상습적으로 했다. 신부가 그 말을 녹음해 법정에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예단 때문에 다투고 헤어지는 이들을 보면 먼데 사는 별종의 사람이 아니라, 평범하게 자라 평범하게 직장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예단에 목매는 잘못된 결혼 문화와 의식이 보통 사람들을 괴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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