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완성된 책자가 아닙니다. 독자님의 모니터링 결과를 받고 추가 원고가 들어갈 수도 있고, 삭제될 내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솔직하고 소중한 의견, 두근두근 기다리겠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49) 서울대 교수가 후속작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제·문학동네·사진) 출간을 준비하면서 '독자 첨삭지도'를 자청했다. 출판사는 지난주 안내문을 첨부한 가제본을 전국 독자모니터 530명에게 발송했다. 독자 의견을 물어 그 결과를 실제 발간될 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와 출판사 측은 '첨삭'의 범위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의 결말을 네티즌 의견을 반영해 바꾸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꼭지를 빼거나 챕터 순서를 바꿀 수 있고, 제목도 바꿀 수 있다는 것.

독자모니터 요원들은 인터넷에 응모한 자원자들. '천 번을…'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30대 청년, 직장생활 1~5년차가 주 타깃이다. 하지만 모니터 요원의 나이는 제한하지 않았다. 염현숙 문학동네 국장은 "40~50대가 읽은 뒤 자녀나 제자에게 권해줄 수도 있고, 10~20대가 미리 읽고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목말라 했다"고 말했다. 사례비 대신 최종본이 인쇄되면 저자의 친필 사인을 담아 나눠주기로 했다.

마감은 13일이지만 발빠른 모니터 22명은 이미 의견서를 보내왔다. "괜히 '아프니까…'의 후속작처럼 보이게 포장하지 말아달라" "본문에 '피로회복제'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원기회복제로 고치라" "섹스에 관한 글은 수위를 높여달라" 등 의견도 다양하다.

그러나 '모니터링 후 첨삭' 방식을 두고는 "책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출판사 측은 "모니터 요원들이 책에 대한 소감과 책표지 사진, 책 속의 문장 등을 SNS와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원고에 의견을 하나 보탠다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각자 이 책의 '관계자'란 생각을 가지고 적극 알리고 홍보해나가는 서포터즈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절로 선전이 되고 있다는 얘기. '천 번을…'은 독자 의견을 모아 '부분 성형'한 뒤, 28일 정식 출간된다. 독자들 손에 '천 번을 흔들려' 전작보다 더 큰 베스트셀러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