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를 방문한 것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그동안 제소(提訴)하지 않은 것은 한일 관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었다"면서 "이제 한국에 대한 배려가 불필요해진 만큼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또 오는 25~26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 재무장관 회담을 연기하고, 두 나라 정상(頂上)이 매년 교환 방문하는 일정에 따라 노다 총리가 올 연말 서울을 방문하려던 계획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독도와 함께 중·일(中日)이 영유권을 다투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 4개 섬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런 일본 정부 움직임과는 별도로 11일 새벽 3시쯤에는 오토바이를 탄 40대 일본 남성이 히로시마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20㎝ 길이의 붉은 벽돌을 던져 총영사관 출입문 유리창이 깨졌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자신을 우익 단체 소속이라고 밝혔다. 도쿄·오사카 등 8개 도시에서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극우 단체들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 우익 단체 회원들은 11일 한·일·대만의 시민단체가 도쿄에서 공동 주최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시위에 생수 등을 뿌리며 방해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1954년과 1962년에도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지만, 우리는 일본의 제소에 응하지 않았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제소에 응하지 않으면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다 아는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라는 해묵은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독도를 국제적인 분쟁(紛爭) 지역으로 만들려는 자기들의 전략에 어떻게든 끼워 맞춰 활용해보려는 속셈일 것이다.
독도는 한국이 지배하고 있는 만큼 한일 간 외교 마찰을 불필요하게 키울 필요는 없다.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같은 일본의 노림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냉정하게 대응하면서도 국제사회에 독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도록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일본의 일부 세력이 일본 내에서 반한(反韓) 여론을 모으면서 한국민의 감정을 촉발하려고 몰상식한 행동을 하고 나서는 데 대해서도 단발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 아니라 의연한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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