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처럼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피고인을 아버지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지만 피고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합니다."
6일 오전 10시 30분 전국 1등을 요구하며 구타를 해 온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 넘게 숨긴 혐의로 작년 말 구속기소된 지모(19)군의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505호 법정. 떨리는 재판장의 목소리에 법정 안이 숙연해졌다.
서울고법의 유일한 여성 재판장인 형사10부 조경란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14기)는 "1심의 양형이 무겁거나 가볍지 않아 적정하다"며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전부 기각하고 지군에게 1심처럼 징역 장기 3년6개월, 단기 3년을 선고했다. 담담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가던 조 부장판사는 "지군과 아버지의 반성문과 탄원서에서 지군이 올바른 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는 부분에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물을 훔쳤다.
목이 멘 조 부장판사는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부자(父子)의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며 "지군을 실형에 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군과 비슷한 나이의 딸이 있다.
조 부장판사는 "지군이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가혹한 체벌을 당했으며 2010년경부터 수 시간 동안 야구방망이 또는 골프채로 엉덩이를 100~200대씩 맞는 심한 체벌을 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지군은 사건이 일어나기 3일 전부터 금식을 강요당하고 잠을 자지 못했으며 사건 전날 밤부터 9시간 동안 골프채로 200대를 맞아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조 부장판사는 "지군의 범행은 스스로 존재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중범죄"라며 "형벌은 피고인 한 사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지군도 일정기간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과 봉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속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유익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판결문을 읽는 내내 손을 이마에 갖다대고 목소리를 가다듬던 조 부장판사는 "지군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며 피고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 주문(主文)을 마지막으로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