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차례 위장 전입을 했던 이은애〈사진〉 헌법재판관도 2011년 위장 전입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1)씨 등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앞서 세 차례 위장 전입했던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도 위장 전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최고 법관들이 자기와 같은 불법(위장 전입)을 저지른 사람들을 형사 처벌한 것이다.
이 재판관은 2011년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 재판장으로 일했다. 그해 8월 한 항소 사건이 형사9부에 접수됐다. 사기 사건이었다. 김모씨 등 3명이 서울 소재 몇몇 주택의 주인 신분증을 위조하고, 이 건물에 관한 가짜 전세계약서를 만들어 대부업체에서 전세금 대출 명목으로 2억여원을 받아 챙긴 사건이었다. 김씨 등은 대부업체를 속이기 위해 자신들의 주소를 해당 주택으로 옮기는 위장 전입도 수차례 했다.
1심은 주요 네 가지 혐의(공문서 및 사문서 위조·행사, 사기, 위장 전입)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을 내리고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장이었던 이 재판관도 1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형량도 1심 선고 그대로 징역 10개월에서 1년6개월까지 선고했다.
그가 실형을 선고한 시점은 마지막 여덟 번째 위장 전입을 한 때로부터 1년 뒤였다. 그는 당시 판결문에서 김씨 일당의 위장 전입 등에 대해 "지능적인 범행"이라고 했다.
이 재판관은 주민등록법 37조 3항을 적용해 김씨 일당의 위장 전입을 형사 처벌했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당연한 판결이다. 하지만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그가 위장 전입을 처벌할 도덕적 자격이 있었는지가 문제"라고 했다.
이 재판관은 1991~2010년 총 여덟 차례 위장 전입을 했다. 야당으로부터 "위장 전입 중독"이라는 비판도 들었다. 마지막 위장 전입은 2010년 6월 실제 살지 않는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로 주민등록 신고를 한 것이었다. 그는 이로부터 1년5개월 뒤 김씨 일당의 위장 전입을 처벌했다. 한 부장판사는 "이 재판관은 회피 등의 방법으로 얼마든지 이 사건을 맡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 재판관과 김씨 일당의 위장 전입은 내용은 다르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주소를 위장하는 본질은 같다고 했다. 다른 점은 '발각 시기'였다. 김씨 일당은 위장 전입의 공소시효(5년) 내에 범죄가 발각돼 처벌받았다. 반면 이 재판관은 공소시효가 지난 올해 인사청문회에서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나 처벌을 받지 않고 최고 법관이 됐다.
한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이날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임명 동의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위장 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등 두 부분에서 흠결이 발견돼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문보고서 채택에 관계없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대법관 임명동의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하지만 인사 관련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