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환선굴’. 동굴 입구에 서자 안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옛 선조들이 더위를 피해 동굴을 찾았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바깥 기온은 30도를 웃도는데 이곳 온도는 13도가 넘지 않는다. 동굴은 열 살 때 제주도에서 부모님 손잡고 갔던 게 마지막. 30년 만에 아이 손을 잡고 다시 찾은 동굴은 신비로웠다.

환선굴은 5억년 전에 만들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암 동굴. 주요 통로만 3㎞, 총 길이가 8㎞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동굴에는 석회암이 녹아서 만들어진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가득하다. 동굴 내부에 물이 흐르는 계곡과 폭포도 있다. 넋을 잃고 한참 동안 동굴 탐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 동굴 입구가 다가오자 뜨거운 바깥 공기가 피부에 닿기 시작했다. 오래전 한 스님이 도를 닦기 위해 이 동굴에 들어갔는데 나오는 걸 본 사람이 없었다. 그가 신선이 됐다고 믿은 이유라는데, 그 스님이 왜 안 나왔는지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