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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 보드카 /워너브라더스

※이 글엔 영화 ‘테넷’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러시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의 고향은 ‘스탈스크–12’. 핵실험 중 폐허가 된 땅에서 맨손으로 플루토늄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부를 얻었고, 영국 국적을 가졌으며, 귀족 집안의 부인을 만났다. 전 세계를 다니며 왕처럼 살지만, 그의 피는 러시아인이었다. 죽음을 결심했을 때 그가 선택한 술은 러시아 대표 술 ‘보드카’였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Tenet)’의 악당 안드레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는 언제나 보드카를 마신다. 주인공인 첩보 요원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을 때도, 요트에서 부인과 휴식을 취할 때도 그의 곁엔 보드카가 있었다.

그가 죽음을 결심한 순간 선택한 보드카는 철갑상어의 이름을 딴 ‘벨루가(Beluga)’다. 원형의 투명한 병에 검은색 글자로 적힌 술. 보드카 중 유명한 ‘앱솔루트‘는 스웨덴, ‘스미노프‘는 영국, ‘그레이 구스‘는 프랑스 브랜드인 반면, ‘벨루가‘는 보드카의 종주국인 러시아 브랜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즐겨 마시는 술로 유명세를 탔다. 보드카다운 깔끔하고 직설적인 맛에 약간의 산미와 강렬한 알코올 향이 느껴지는 시베리아 대륙 같은 맛이다.

반면 세상을 구하는 주인공이 즐겨 마시는 건 ‘다이어트 콜라’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는 칵테일 ‘마티니’, ‘킹스맨‘의 주인공들은 위스키 ‘달모어’인데, 영웅의 술이 콜라라니! 아쉽지만 다른 영웅들에 비해 ‘테넷' 속 주인공은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르는 미래 기술 ‘인버전(inversion)’을 이해하고, 두 시간대를 오가며 작전을 수행해야 하기에, 알코올을 마시면 안 될 것 같긴 하다.

주인공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닐(로버트 패틴슨)이 마시는 건 ‘보드카 토닉 워터’다. 보드카와 토닉 워터를 1:4 정도의 비율로 섞은 뒤 기호에 따라 레몬즙 등을 넣어 마시는 칵테일이다. 독한 보드카를 가장 쉽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다. 악당을 이겨 지구를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닐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었으니, 닐은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술을 선택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