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때 한국과 미국이 함께 시련을 겪었다”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수상 소감을 비난하는 중국 네티즌 관련 기사를 보도해 논란을 일으킨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 한국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후시진(胡锡进)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한국의 주류 언론은 전부 중국 네티즌들의 (방탄소년단 소감 관련) 반응을 선정적으로 보도해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이 사태는) 한국 언론이 중국 네티즌의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라고 했다.
후 편집인은 “BTS 리더 김남준(예명 RM)이 한국전쟁과 관련해 한 발언에 대해 미국인들은 유쾌하게 느낄 수 있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칭찬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많은 중국인은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중국인은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지만, 이 문제를 보도하거나 논평한 중국 주류 언론은 극소수였다”며 “중국 외교부도 기자들의 질문에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후 편집인의 말과 달리 BTS의 수상 소감 이후 BTS는 웨이보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중국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았고, 본인이 편집인으로 있는 환구시보에서 이를 가장 먼저 다뤘다. 이후 국내·외 언론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의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환구시보는 다음날 BTS 비판 기사를 인터넷에서 슬그머니 삭제했다. 이를 두고 비판 여론이 커지자 중국 당국이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후 편집인은 “한국인들이 말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옳다고 생각하지만, 중국 네티즌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부적절하게 여기고, 이를 단순히 민족주의라고 치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후 편집인은 “중국과 한국 외교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취했지만, 한국의 주류 언론과 매체에서 급진적 목소리가 나왔다”며 “중국과 한국의 정상적이고 우호적 관계를 파괴하는 이 같은 행동을 자중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BTS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연례행사에서 한·미 우호 관계 증진에 공을 세운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주는 밴플리트상을 받았다.RM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 포함된 소감을 밝혔다.
이후 환구시보는 지난 12일 “유명 글로벌 아이돌 BTS의 정치적 발언에 중국 네티즌이 분노하고 있다”며 “BTS가 6·25 전쟁 당시 미군이 침략자였음에도 미국의 입장에만 맞춰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일부 네티즌이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표현만 짚어 문제를 삼으며 “중국인이 큰 희생을 하며 미군을 막아줬는데, 어떻게 이를 무시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BTS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삼성전자·현대자동차·휠라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과 소셜미디어에서 BTS 관련 제품을 삭제했다.
외신들은 이런 중국 내 반한 행동을 비판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네티즌들이 방탄소년단의 악의 없는(innocuous)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공격했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대형 브랜드들이 마주할 수 있는 ‘정치적 지뢰’를 보여준다”(로이터통신) “민족주의가 팽배한 중국에서 외국 브랜드가 직면한 위험을 드러낸다”(파이냉셜타임스)라는 보도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