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문학평론가

제도화된 논문, 인상 비평, 담론 위주의 글쓰기를 먼저 배격했다. 어디까지나 평론은 텍스트 해석에 근거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론을 앞세우거나 이를 증명하기 위해 텍스트를 징발하여 희생하는 경우를 제외했다. 이론과 해석의 균형이 요구되며 나아가서 이론이 배후에 깔리는 모양새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분석과 해석의 과정과 이를 서술하는 문장을 살폈다. 분석이 철저하지 못하고 해석이 혼란스러운 글이 많았다.

사실 앞서 말한 선별의 절차는 두루 아는 기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산책자의 고뇌가 되돌려 준 물음들’, ‘노란 눈의 우울한 레즈비언 아이가 자란다’, ‘혁명, 거짓말 그리고 답신’, ‘이차원의 사랑법’ 등 네 편을 남겼다. 기형도를 소환하려는 의도를 지닌 ‘산책자의 고뇌가 되돌려 준 물음들’은 산책자라는 개념에 과도하게 이끌리고 재맥락화라는 비평적 목적에 의해 굴절되는 양상을 보였다. 오정희의 등단작을 다시 읽은 ‘노란 눈의 우울한 레즈비언 아이가 자란다’는 선행 논의를 충분하게 확인하지 않고서 판단의 정당성을 과하게 내세운 점이 흠결이다. ‘혁명, 거짓말 그리고 답신’은 황정은 소설에 대한 안정된 논의에도 불구하고 기왕의 의미화에 의존한 서술이 많았다. 박상영론을 목표한 ‘이차원의 사랑법’은 텍스트의 결을 따라가면서 억압되거나 정지된 말의 영역을 확장하였다. 문학적인 것의 변화를 텍스트 내부의 구체적인 증거를 통하여 세심하게 밝히면서 우리 문학의 현실적 맥락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로 보고 차분하게 서술하였다. 이러한 평가를 근거로 ‘이차원의 사랑법’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수상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