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설을 쓰면서 제일 괴로웠던 건 제가 어쩔 수 없는 한국 남자, 줄여서 ‘어한남’ 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솔직히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쓸수록 내가 정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전에는 소설을 쓰면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유년의 상처라든지, 내 마음속의 복잡하고 양가적인 감정, 또는 타인이나 각종 사회문제 같은 것을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너무 많습니다. 제 소설은 대부분 무용하고, 저는 뭔가를 이해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은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쓰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그래도 끝까지 마주하며 이해해보려고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게 등단의 기회를 준 심사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고독한 글쓰기를 함께 해준 문우들, 저 대신 등단의 꿈을 꾸어주신 장모님, 아버지가 되어주신 장인어른, 누구보다 뛰어난 소설적 재능을 갖고도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먼 곳에서 응원해주는 형제들과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 부모님께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끝으로 좋은 소설을 쓰려면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아름답고 동그란 하성란 선생님께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윤치규
- 1987년 서울 출생
- 한국외대 노어과 중퇴, 육군3사관학교 졸업
- 은행원(IBK 기업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