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 온다/ 범이 내려 온다.”
지난 2일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밴드 ‘이날치'의 공연이다. 클래식 선율이 주로 흘러나오는 이 음악제에 대중가수가 선 것은 2015년 윤종신 이후 처음. 공연은 멤버들의 랩 실력이 돋보이는 ‘좌우나졸’, “오징어/오징어/오징어”라는 도입부가 매력적인 ‘어류도감’, 후렴구가 중독적인 ‘여보나리’ 등 13곡의 무대가 이어졌다. 판소리 같기도, 힙합 같기도, 뮤지컬 같기도, 클럽 음악 같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만난 이들은 전날 밤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
“지난해 노래가 뜨긴 했어도 코로나 때문에 콘서트를 한 적은 거의 없거든요. 이렇게 풀 공연을 한 건 진짜 몇 번 없어요. 3층까지 꽉 찬 관객분들이 저희 노래에 맞춰 춤을 추시는 걸 실제로 보니 정말 흥분됐어요.”(보컬 권송희)
밴드 이날치는 어어부 때부터 장영규와 함께한 드럼 이철희,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베이스 정중엽, 보컬은 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를 나온 안이호, 이나래, 권송희, 신유진 등으로 구성됐다.
어어부, 씽씽에 이어 독특한 음악세계를 고집하고 있는 베이스 장영규는 “남들과 다른 곡을 만들려다 보니 이런 곡들이 나왔다”며 “초등학교 때 산울림과 퀸을 보고 반해 친구 셋이 탬버린, 실로폰으로 밴드를 만든 것이 음악 활동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통 국악인의 길을 걷다 변주를 한 보컬들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떨까.
“너무 좋아하세요. 스승님들이 지인분들에게 ‘이날치 알지?’라며 저를 소개하세요. 제가 ‘범 내려온다’ 부르는 모습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도 해놓으셨더라고요. 스승님의 스승님 중에는 저희 밴드 이름인 조선 명창 이날치의 후손 이일주 선생님도 계세요.”(보컬 이나래)
공연 준비는 누구를 참고할까.
“보컬이 많은 밴드는 별로 없어요. 하지만 래퍼들은 단체로 올라와 서로 방해 안 하며 무대를 이끌어 가잖아요. 힙합 밴드를 많이 참고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밴드 이날치’로 오래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했다. “저희 프로젝트 그룹 아닙니다. 전 판소리 창법을 버리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았어요. 스승님들처럼 무대에서 자유롭고, 멋지게 노래하고 싶어요.”(보컬 신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