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재즈바_디도재즈라운지/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옆 골목. 순댓국밥 등 맛집들이 즐비한 거리 안에서 재즈 라이브 연주가 흘러나온다. 역에서 1분 정도 떨어진 건물 지하에 있는 ‘디도재즈라운지’다.

스무 개 남짓한 테이블. 예쁘고 멋지게 차려입고 데이트 온 남녀, 혹은 퇴근 후 혼자 음악을 즐기러 온 직장인들은 입구에서 체온 체크와 QR코드 등록을 한 후 자리에 앉는다.

이날 연주자는 ‘주빈 콰르텟’. 피아노와 보컬의 주빈, 기타 서주환, 베이스 전제곤, 바이올린 정윤아, 첼로 김현아로 이루어진 젊은 악단이다. 샹송 같기도 하고, 클래식 같기도 한, 프랑스 재즈를 연주한다. 공연이 끝나고 쉬는 시간.

재즈바 소개: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 외 5곳

“오늘 기념일 맞은 커플 있나요?”

“저희요!”

“선물로 저희 앨범 ‘나의 작은 여행(Mon petit Voyage)’을 드리겠습니다.”

CD 선물을 받은 커플은 “평소 재즈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렇게 와서 들으니 데이트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빈은 “코로나로 공연할 곳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우리 같은 신예 뮤지션들에게 작은 재즈바는 좋은 공연 장소이자 홍보 공간”이라고 말했다.

◇작고 가벼워진 2세대 재즈바 등장

코로나로 재즈가 부활하고 있다. 최근 성수동, 연남동, 을지로 등 잘나간다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재즈가 흘러나온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재즈바‘더비스’. /더비스

재즈란, 19세기 후반 미 뉴올리언스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에서 탄생해 20세기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음악이다. 국내에는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 주인공 차인표가 색소폰 연주하는 모습으로 재즈 붐이 일었다. 미국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의 인기도 국내 재즈 열풍에 한몫했다. 1세대 재즈바인 종로 천년동안도, 압구정 원스인어블루문(이하 블루문) 등이 이때쯤 생겼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재즈의 인기는 식어갔다. 올댓재즈 등 1세대 재즈바들이 문을 닫았다. 터보의 ‘어느 째즈바’(1996년) 가사 속 “너무나 슬픈 음악 선율과 담배 연기, 희뿌연 구석 자리”는 젊은 층 취향이 아니었다.

최근 문을 여는 2세대 재즈바들은 작고 가볍다. 애호가들이 모이는 아지트라기보단, 음악을 들으며 와인 한 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인스타그램으로 출연자를 알리고,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공연 중계도 한다. 유튜브로 신청곡도 받는다.

<문화부> 재즈바_포지티브제로라운지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런 2세대 재즈바의 시작은 2017년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 문을 연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이하 포지티브)’가 꼽힌다.

당시 다양한 아티스트가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김시온 팀포지티브제로(TPZ) 대표는 임차료가 싼 곳을 찾다가 성수동 수제화 공장이 있는 연무장길 지하를 임차했다.

“당시만 해도 연무장길은 카페 하나 없는 휑한 거리였어요. 우리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 말이, 오는 길이 너무 무섭다는 거예요. 음악 소리라도 나와야 할 것 같아 라이브 연주를 생각했고,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를 나눠야 하니 재즈를 생각했죠. 이왕이면 재즈 스탠다드(유명한 재즈곡)가 아닌 젊은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창작곡을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했고요.”

올해 5월 디도 재즈라운지를 오픈한 이순성 대표는 “디도 덕분에 구의역 거리가 제2의 성수동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부> 재즈바_포지티브제로라운지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재즈,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에도 좋아

현재 20~30대들은 재즈를 영화로 접한 경우가 많다. 최근 인기를 끈 ‘라라랜드’, ‘위플래쉬’, ‘소울’, ‘본투비 블루’, ‘그린북’ 등이 대표적인 재즈 입문 영화다. 포지티브에 있던 김보미(26)는 “지난해 픽사의 ‘소울’을 보면서 재즈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와 혼술 배경음악으로도 인기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 관계자는 “20~39세의 일(日)평균 재즈 청취 시간이 작년 하반기 대비 올 상반기에 7.2% 증가했다”고 말했다.

젊은 유학파 재즈 아티스트도 많아졌다.

포지티브에서 공연한 ‘이상근 퀄텟(베이스 이상근, 기타 송준호, 피아노 장현승, 드럼 김영민)’을 이끄는 이상근(25)씨는 고등학교 때 음악 선생님 추천으로 재즈 뮤지션 ‘찰리 파커’ 음악을 접한 후 네덜란드로 유학을 다녀왔다. 지금 멤버는 인스타그램으로 모집했다.

“젊은 재즈 뮤지션 대부분은 혼자 유학한 사람이 많아 인맥이 거의 없거든요. 각자 인스타그램으로 공연하는 영상을 올려놓고, 자기와 잘 맞겠다 싶은 사람들에게 같이 하자고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죠. 그렇게 해도 다들 긍정적으로 답변을 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