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별다른 이유 없이 열이 나거나 소변을 보면서 아파할 때는 요로감염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 소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때도 마찬가지다. 요로감염은 소변이 지나가는 길에 세균 감염이 발생한 것을 뜻한다. 소변은 신장에서 만들어져 요관(신장과 방광을 이어주는 관)을 거쳐 방광에 머물렀다가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신장과 요관을 ‘상부요로’라고 하고 방광과 요도를 ‘하부요로’라고 한다. 이에 따라 요로감염은 크게 상부요로 감염과 하부요로 감염으로 구분한다.

◇조기 발견 못 하면 신장에 손상 갈 수도

아이들은 어른보다 요로감염에 더 잘 걸린다. 신장과 방광·요도 간의 간격이 성인에 비해 짧고,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요로감염은 호흡기계 감염에 이어 소아에서 둘째로 많이 발생하는 감염 질환이기도 하다. 여아가 남아보다 발생 빈도가 더 높다. 요로감염을 제때 발견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장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유아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요로(소변이 지나가는 길)에 세균이 번식하는 ‘요로감염’에 걸리기 쉽다. 요로감염은 보통 고열과 함께 배뇨 관련 통증을 동반한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요로감염에 걸릴 경우 신장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래픽=송윤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소통이 가능한 연령의 소아는 빈뇨, 배뇨통, 옆구리 통증, 복통 등의 증상을 스스로 표현한다. 하지만 신생아나 어린 연령의 소아는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지 못하므로 무기력, 수유 곤란, 활동 저하 등의 증상이 있다면 요로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통해 백혈구가 증가돼 있고 원인균이 확인된다면 요로감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

소변검사를 할 때는 소변이 오염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채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저귀를 하고 있는 어린 소아에게는 편의상 소독된 비닐주머니를 이용해 소변을 채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기 주위 피부에 존재하는 균에 소변이 오염될 수 있다. 소변 채취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하면 실제로는 감염이 없는데 감염이 있는 것처럼 잘못 해석될 수 있다. 소변 결과의 해석이 애매한 경우에는 도뇨관(소변줄)을 이용해 다시 정확하게 소변을 채취해 검사해야 한다.

◇물 자주 많이 마시고 규칙적으로 소변 보게 해야

상부요로 감염은 신장과 요관이 세균에 감염된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 ‘신우신염’이라고 부르며 고열을 동반한다. 신우신염에 걸렸을 경우 보통 입원해 항생제와 함께 수액 치료를 해야 한다. 소아에서 신우신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초음파 등 영상의학 검사를 통해 신장과 방광 등 요로계에 구조적으로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구조적 이상에 의한 신우신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이상을 미리 발견하지 못해 교정하지 않는다면 반복적으로 신우신염에 걸리게 되고, 이는 신장 기능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하부요로 감염은 세균이 신장에 이르지 않고 방광에만 국한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방광염’이라고도 하며 대부분 발열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배뇨 기능에 이상이 생겨 빈뇨나 요절박(갑작스레 소변이 마려우며 참을 수 없는 증상), 배뇨 시 통증, 잔뇨감 등이 발생한다. 방광염은 입으로 먹는 항생제로도 치료가 가능하나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회음부의 위생 상태에 따라 방광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아는 남아에 비해서 요도의 길이가 짧으므로 항문과 질로부터 균이 거꾸로 올라가서 방광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요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너무 피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또 미지근한 물로 회음부를 자주 깨끗하게 씻겨줘야 한다. 여아의 경우 용변 후 씻길 때는 앞에서 뒤로 씻어 항문이나 질의 균이 요도를 통해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아에서 일부러 무리하게 포피를 젖혀 씻기는 것은 피해야 한다. 포피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아이를 아프게 해 정신적인 충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변을 오래 참으면 방광 내에서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장시간 여행할 때에는 출발 전에 소변을 보게 하는 게 좋다. 또 규칙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평소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