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초 올 댓 재즈 공연 모습. 진낙원 올 댓 재즈 대표는 “이참에 1970~80년대 공연 사진을 참고해 초창기 실내 인테리어를 새 공간에 복원 중”이라고 했다. /진낙원 대표 제공

한국 재즈의 성지로 불렸던 재즈클럽 ‘올 댓 재즈’가 올가을 이태원으로 생환(生還)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영 악화로 지난해 8월 폐업 신고 한 지 1년 만. 음악 저작권료 조각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운영에 참여한다. 뮤직카우가 협력업체들과 지분 투자 방식으로 클럽 운영에 참여하는 대신 재개업을 위한 건물 임대료, 인테리어 및 기타 음향 설비 비용 일체를 지원키로 했다.

올 댓 재즈는 1976년 중국계 미국인 마명덕씨가 연 ‘한국 최초의 재즈 클럽’. 1986년 마씨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지금의 대표 진낙원씨가 경영을 맡았고, 지난해까지 국내 최장수 재즈 클럽 명맥을 이어왔다. 세계적 명소인 미국 뉴욕의 재즈클럽 ‘블루노트’가 문을 연 게 1981년. 만일 올 댓 재즈가 공백기 없이 계속 영업을 이어갔다면 그보다 훨씬 긴 46주년 역사를 올해 이뤘을 터였다.

음악은 ‘공간’(space)을 먹고 자라난다. 뉴욕 블루노트라는 공연장이 디지 길레스피, 사라 본, 제임스 카터, 레이 찰스 등 수많은 미국 재즈 거장들을 키워냈다면, 한국에는 올 댓 재즈가 있었다. 지휘자 겸 색소포니스트 고(故) 정성조,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베이시스트 장응규 등 1·2세대 유명 재즈인은 물론 재즈 보컬 말로, 윤석철 트리오 등 현 세대 재즈 스타까지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무명 시절부터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2019년 5월부터 압구정 ‘원스 인 어 블루문’, 부산 ‘몽크’ 등 국내 유명 재즈 클럽들이 하나씩 스러져 갔다. 올 댓 재즈마저 문을 닫으면서, 국내 최장수 재즈 클럽의 명이 끊기는 순간마저 맞아야 했다. 많은 재즈 팬들이 비통해하며, 다시 살아돌아오기를 기원했다.

부활의 단초는 올 댓 재즈를 기억하는 단골 손님과 뮤지션들로부터 생겨났다. 단골 손님이었던 허영만 작가와 황덕호 평론가(KBS 클래식 FM ‘재즈수첩’ 진행자)가 직접 올 댓 재즈 재개업을 위한 투자 추천서를 써줬고, 단골 공연자였던 퓨전 재즈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지난해 12월 뮤직카우 측에 이 사정을 알렸다. 그 결과가 이번 뮤직카우의 투자로 이어진 것.

다시 돌아온 올 댓 재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인근 대로변 건물 2층에 자리 잡는다. 진 대표는 “건물주와도 특별한 음악의 정으로 얽히게 됐다”고 했다. 새 보금자리 건물의 소유자가 히트곡 ‘신라의 달밤’으로 유명한 원로 가수 고(故) 현인 가족들인데, 올 댓 재즈 사정을 듣고 시세보다 싸게 임대를 내주면서 “귀환 속도가 빨라졌다”고 했다.

재개업 시점은 10월 말이 목표. 다시 문을 여는 올 댓 재즈에는 뮤직카우 후원으로 ‘올 댓 재즈 페스티벌’ 개최, 신인 재즈뮤지션 앨범 발매 등 새 계획도 추가 됐다. 우선 “재개업 첫 일주일 동안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 기타리스트 한상원, 정중화(고 정성조씨 아들) 쿼텟, 김종진 등 올 댓 재즈를 거쳐간 재즈인들이 귀환 공연을 열 것”이라고 했다. 진 대표가 말했다. “현충일 빼고 364일 공연하던 올 댓 재즈가 다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