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우 제공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쓴 노명우씨.


사람에게 공기가 필요하듯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사회학자를 물고기라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회학자는 사회라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사회학자는 대학의 연구실에 있습니다. 대학은 사회 속에 있지만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대학은 잘 관리되고 보호되는 특별한 어항에 가까우니까요. 어항 속에 있는 사회학자는 어항의 안락함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더 큰 물을 찾아서 사회학자가 어항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2018년 9월 서울 연신내 골목길에 독립서점을 열고 책을 소개하는 자칭 북텐더가 되었습니다.

주택가의 골목길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어느 날 세어보니 부동산이 17개나 되더군요. 사회학자는 골목길 서점 북텐더가 되어 세상을 관찰했습니다. 2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는 동안 서점 건너편 가게의 주인은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이 골목에 부동산이 왜 많은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먹고살기에 바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아니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책은 정말 팔리지 않습니다. 하루에 단 한 권도 팔리지 않는 ‘빵권데이’도 겪었습니다. 자영업자의 고뇌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커피는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서점의 시그니처이자 대형 서점이라는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만 파는 인문사회과학예술분야 전문 서점이 되었습니다.

북텐더가 된 사회학자는 그래도 서점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예외적인 편안함을 찾는 ‘책 읽는 사람’이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차츰 시대의 희귀종 ‘책 읽는 사람’이 한두 명 서점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책 읽는 사람’은 서로를 알아봅니다.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없는 ‘책 읽는 티’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죠. 사회학자는 중얼거립니다. “이러다가 잘될지도 몰라.” 그 서점이 니은서점입니다. 노명우·사회학자·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