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부지런한 사랑
해결할 길 없는 인간관계 문제로 속이 상할 때면 열세 살 양휘모의 문장을 떠올린다.
“가끔 엄마에게 혼나고 혼자 있을 때면 이런 노래를 부른다. ‘어차피 화해할 인생~ 엄마는 나를 좋아하니까 밤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어떤 태평함과 담담함이 양휘모의 문장에 흐른다. “어차피 화해할 인생”이란 노랫말을 쓰고 스스로에게 불러주는 건 그가 당장의 속상함에 매몰되지 않고 앞날을 내다보는 사람이란 증거다.
‘부지런한 사랑’(문학동네)은 이렇게 찬란한 문장을 쓰는 나의 어린 스승들과 글쓰기를 담은 책이다. 매일 이메일로 구독자들에게 한 편의 수필을 보내주는 ‘일간 이슬아’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글쓰기 교사로 일했다. 스물세 살의 나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벅차서 서울, 분당, 여수 등 곳곳에서 보따리장수처럼 수업을 했다. 양휘모와 같은 멋진 제자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렸지만, 교실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나였다.
롤랑 바르트는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불멸화’라고 했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무참히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 이야기, 장면은 그냥 떠내려 보내고 싶지 않다. 소중하니까. 나는 사랑하는 것을 최대한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작업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생계 걱정에서 약간 벗어났지만 나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10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아이들과 함께 쓰는 동안 나는 글쓰기의 속성 중 하나를 알 것 같았다. 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겐 체력이 붙었다.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이 부드러운 체력이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