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다락방>(2007년·270만부), <리딩으로 리드하라>(2011년·70만부), <에이트>(2019년·30만부)…. 우리나라 최고의 대중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인 이지성(47)씨가 쓴 책들과 판매 부수이다. 지금까지 쓴 40여권으로 500만여부를 팔아 최소 65억원의 인세(印稅)를 받았다는 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 남다르다.

먼저 그는 2007년 <여자라면 힐리러처럼>(40만부 판매)으로 유명세를 타기 전까지 15년간 무명(無名) 존재였다. IMF 경제위기로 아버지가 진 빚(20억원)을 갚느라 초등학교 교사였지만 3년 반 옥탑방(경기 성남시 태평동 달동네) 거주를 포함해 10년간 도시 빈민 생활을 했다.

지금까지 500만부 책 판매부수를 가진 우리나라 최고의 대중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인 이지성(47)씨. 그는 "눈치보며 돈버는 것 보다 우파 이념과 기독교 정신 확산을 위해 '세상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이지성 작가

2011년부터는 아프리카, 동남아 빈민촌에 학교·병원을 짓는 ‘드림 프로젝트’를 벌여 지금까지 80여개를 완공했다. 4년 전부터는 탈북자 구출과 북한 주민 인권 신장 활동에 나섰고 유튜브방송 ‘이지성 TV’(구독자 28만여명)를 통해 우파(右派)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40대 문화지식인 가운데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달 15일과 30일 두 차례 서울 시내에서 이지성 작가를 만났다. 그 중간인 지난달 22일 나온 그의 최신간 <미래의 부-인공지능 시대, 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는 온라인 서점 ‘예스24’ 등에서 예약 판매와 동시에 7월 마지막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40대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드물게 ‘우파’ 활동

- 유명 작가가 탈북자 구출 활동이라니 의외(意外)다. 언제부터 어떻게 하나?

“2017년 한 해 준비를 거쳐 모두 4000여명을 구출한 ‘수퍼맨 목사’와 함께 2018년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과 태국, 라오스 등에 모두 네 차례 탈북자 긴급 구출 지원차 현장을 갔다. 2019년 12월 태국과 라오스를 다녀온 후 작년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못 나가고 있다.”

- 특별한 동기가 있나?

“나는 모태(母胎)신앙의 기독교 신자이다. 힘과 돈이 많이 들지만 신앙적, 사상적으로 옳다고 생각해 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권이 처참한 탈북자들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신장을 돕는 게 우리나라가 바로 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지성 작가가 2019년 태국-라오스 메콩강 일대에서 탈북자 구출 지원 활동을 할 때 모습/이지성 TV 캡처

-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

“탈북자 구출 외에 북한인권센터 건물을 짓기 위한 후원금 모금과 부지 선정 등 건립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다. 부지가 결정되면 나도 당연히 기부할 것이다. 4년간 탈북자 구출 현장에서 목도한 걸 중심으로 북한 인권 관련 책을 쓰고 있다. 아마도 내 삶에서 가장 자랑스런 책이 될 것이다.”

◇“2년 전 ‘북한 암살조에 의한 테러’ 경고 받아”

- 탈북자 구출 지원 활동은 위험하지 않나?

“그런 측면도 있다. 약 2년 전인 2019년 11월, 우리나라에서 북한 해커 추적 1인자인 문종현 ESRC(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 이사로부터 내가 1년 넘게 북한의 해킹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 이사로부터 ‘외국 나가면 북한 암살조에 의해 테러당할 수 있으니 외국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임할 것이다.”

- 북한 인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어떤가?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물론 독일, 이스라엘 국민들까지 북한 주민들의 인권 회복을 눈물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 동포인 한국인들이 북한 인권에 오히려 가장 무관심하다.”

그는 “중국에 떠도는 탈북 여성만 30여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입만 열면 ‘인권’을 외쳐온 민주당과 정의당, 그리고 여성가족부는 침묵만 하고 있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북여성 2명이 2009년 4월 29일 워싱턴 DC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북한여성 인신매매 인권보고서 기자회견장에서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겪었던 참혹한 고통을 증언했다. 무산광산 선전대 여배우 출신인 방미선 씨가 기자회견 중 강제수용소에서 맞은 허벅지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북한 여성들이 더이상 짐승처럼 팔려 다니지 않게 되길 소원한다"고 말했다./조선일보DB

광주광역시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지성 작가는 전북 전주에서 초중고와 대학(전주교대 및 전북대 법대)을 졸업했다. 2015년 결혼한 부인 차유림씨(전남 완도)와 부모님(전남 장흥, 광주광역시)도 모두 호남 출신이다.

- 출신지와 연령, 활동 무대로 봤을 때 진보좌파로 생각했는데 정반대이다. 친구나 친척들은 어떤가?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좌파진영의 핵심과 연결된다. 아버지의 친구나 선후배들만 해도 그쪽에 수두룩하다. 명절 때마다 아버지에게 ‘아들 생각 좀 바꾸게 교육 똑바로 하라’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나도 좌파쪽으로부터 ‘우리하고 같이 하자’ ‘책 쓰는 작업 도와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고 있다.”

◇“출판계에서 우파 작가 되는 건 ‘자살’ 행위”

- 외롭거나 힘들지 않나?

“그런 면도 많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98% 이상을 진보좌파가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보수우파 작가라고 하면 비난이 쏟아지고 그 결과 책도 잘 팔리지 않는다. 출판계에서 보수우파가 된다는 것은,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 기자가 이명박·박근혜를 찬양하는 것 같은 자살(自殺) 행위이다.”

- 그런데도 왜 우파 노선을 고수하나?

“우리나라 출판계가 너무 좌파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지 오래다. 개신교 신자로서 나는 사상적으로, 신앙적으로 절대 좌파에 마음이 가지 않는다. 내 혼자라도 한국 좌파의 모체(母體)인 출판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싶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메인 포스터. 이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 건국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압축성장형 경제 발전을 주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조선일보DB

◇“모택동, 김일성 책만 있는 학교 도서관 수두룩”

이지성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 각급 학교 도서관에는 이승만, 박정희 관련 책은 없고 모택동(毛澤東·마오쩌둥), 김일성 책만 있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가 당선되더라도 오래 못 버티고 금방 뺏길 것이다. 우파 작가와 우파 문화·지식인들이 풍성해지고, 이승만과 박정희 관련 책들이 전국의 모든 학교 도서관에 깔려야 한다.”

- 예전에는 조용하다가 최근들어 우파 목소리를 많이 내는데.

“사실 나도 2017년 이전까지는 침묵하며 살았다. 우파 성향임을 드러내면 책 판매가 확연히 줄어들어서다. 그런데 2018년 북한 김정은 서울 답방을 위한 ‘위인맞이 환영단’이 결성되고,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70%에 달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군 복무한 걸 제외하면 사회를 위해 한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반성했다. 2018년부터 유튜브 방송과 북한 인권 지원 활동 등으로 우파 이념 실천에 나서고 있다.”

2018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위인맞이 환영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 회원이 이를 반박하는 미니 현수막을 들고 있다./조선일보DB

- 문재인 정권은 무엇이 문제인가?

“한마디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다. 북한에 그렇게 매달렸지만 ‘삶은 소대가리’라는 욕만 듣고 있다. 북한은 헌법상 우리나라 영토인데,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 화염 방사기로 죽었는데 사과 조차 못받고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해상 교통사고인 세월호 사고를 중대 국가 사건으로 지정해 야단난리를 치며 보상하는 것과 너무 대비된다.”

그는 이어 말했다.

“26번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모조리 실패해 ‘부동산 지옥’을 만들고 신분상승 사다리까지 없앴다. 코로나 대책도 완벽한 실패로 무능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와 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몇 번 감옥에 갔어야 한다.”

◇“좌파는 ‘자기편’ 꼭 챙겨...우파는 ‘자기 출세’만 관심”

- 그런데도 우리나라 출판계와 문화계는 왜 좌파가 장악하고 있나?

“좌파는 출판계와 문화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생태계를 의도적으로 키운다. 예를 들어 우파 정권에서 불이익을 겪은 작가와 문화예술인이 있으면, 좌파 정권은 집권후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챙겨준다. 강사료나 출연료를 5~10배 올려주는 식이다. 부귀영화와 명성을 주니 좌파 지식인과 문화예술인들이 넘쳐난다. 우파 정권은 이런 걸 할 줄도 모르고, 할 생각도 없다. 그러니 지금도 어떤 출판사 대표는 일부 직원들과 북한 주체사상을 공부하고 있다.”

- 우파쪽은 어떤가?

“출판계나 지식인 사회에서 우파를 표방하는 건 사회경제적으로 자살 행위에 속한다. 우파는 이문열, 이인화 같은 유명 작가 조차 지켜주지 않고 있다. 또 우파성향 독자들은 워낙 책을 사지 않는다. 그러니 우파 논리와 사상에 동조해도 얘기하지 못하고 침묵만 한다. 우파가 되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하거나 감옥에 간다는 게 문화계의 공식으로 돼 있다.”

2017년 12월 17~23일 교보문고의 도서 판매량 집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문재인의 운명’이 1위에 올랐다. 같은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조선일보DB

- 최근에는 우파 정치인들도 달라지지 않았나?

“최근 2~3년 야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부르길래 찾아가 몇번 만나봤다. 이들은 문화계의 영향력과 대중에 미치는 힘에 대한 인식은커녕 관심조차 없더라. 자서전 쓰는 걸 도와달라며, 자기 출세에 ‘들러리’와 ‘도구’가 돼 달라는 딱 그 정도이다.”

이지성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쓴 <운명>은 30만부나 팔린 반면, 최근 야당 지도자들이 쓴 책은 1쇄도 다 팔리지 않는 게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콘텐츠와 역량이 부족한데다 공부도 않고, 관심도 없으며 책마저 사서 읽지않는 보수우파 진영의 한심한 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다.

- 4차산업혁명 같은 첨단 흐름에 대해선 어떤가?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여당이 더 진지한 관심을 갖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려 애쓴다. 야당은 관심이 없고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정치는 문화를 갖고 문화의 힘으로 가야 이긴다. 그런데 우파는 무식(無識)할 뿐 더러 공부도 하지 않는다. 인식도 너무 단세포적이다. 우파 정치인들의 분발과 각성이 시급하다.”

◇“중국, 북한에도 일본에 대해 만큼 ‘할 말 하는 정부’ 돼야”

- 내년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하는 만큼,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하는 정부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한미(韓美)동맹이 결단코 흔들리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할 말을 하고,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굴종만 하는 정권이 대한민국 정권인가?”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대해 굴종적 외교를 하고 있다고 이지성 작가는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12월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시내 현지 식당에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인 만두, 만둣국, 꽈배기 등을 주문해 식사하고 있다. 왼쪽은 노영민 당시 주중 한국대사./조선일보DB

- 대중 작가로서 국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고, 자국민을 위하는 정당도 아니다. 북조선 쇄국 정책의 남한판(版)일 뿐이다. 외세를 배척하는 극좌(極左) 민족주의 정당이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

이지성 작가는 “20세부터 운명적으로 유명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읽기에 몰입했다”며 “요즘도 방송과 집필, 사회 활동, 자녀(2명)와 놀아주기 등으로 바쁘지만 최소 하루에 4~5시간 공부하고 4~5개 강의를 들으며 지식을 축적하고 아이디어를 메모한다”고 했다.

- 무명 작가 시절 힘든 생활을 했는데.

“군 제대후 초등학교 교사 발령을 받은 2000년 8월부터 3년간 매일 하루 3시간만 자면서 퇴근후 저녁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집중 공부했다. 10가구 중 3~4가구는 단전(斷電)·단수(斷水) 안내 공지가 붙어 있는 비참한 동네에서 가난이 질병 이상으로 무섭다는 걸 절감했다.”

이지성 작가가 2000년 여름부터 옥탑방 생활을 한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 일대. 사진은 2012년 모습이다./조선일보DB

◇“3년간 매일 하루 3시간 자며 2000권 읽어”

그는 “당시 절망적인 상황에서 ‘처절하게 사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허세를 버렸다. 그 3년간 2000권을 읽고 150여권을 필사(筆寫)하는 ‘전투적인’ 독서를 했다”고 밝혔다.

- 지금도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무엇보다 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과 충동이 있는 아이템을 잡는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가장 재밌고, 쉬우면서도, 깊숙한 콘텐츠를 구성한다. 이는 한국 독자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개신교 신자인 이지성 작가는 비(非)흡연에 음주도 맥주 한 두잔만 하는 절제된 생활을 한다. 지난달 30일 오후에 만났더니 그는 “오늘은 새벽 5시에 취침해 오전 11시에 일어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중작가로서의 생활을 28년간 했다. 그중 15년은 무명이었다. 대충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래서 역사와 사상 공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다. 앞으로도 이런 전업 작가 생활을 변함없이 계속할 것이다.”

이지성 작가가 올해 7월 하순 낸 최신간 <미래의 부>.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인터파크' 등에서 예약판매와 동시에 7월 마지막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차이정원 제공

◇“목표는 우파 이념 확산...‘세상을 향한 전쟁’ 벌이겠다”

- 신간 <미래의 부>가 다른 경제경영서와 다른 점이라면?

“‘이지성 TV’ 유료 회원 가입자들을 위한 4차산업혁명 주식 투자 실전 강의를 보완해 낸 것이다. 중국공산당에 의해 언제든지 망할 수 있는 중국 기업 주식 투자는 절대 하지 말고, 안정된 미국 4차산업혁명 관련 우량기업 주식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올 8월말 뜻있는 출판사와 손잡고 인프린트(in-print) 출판사를 세워 기독교와 보수우파 관련 서적을 본격적으로 써 낼 생각이다. 우파 쪽 책은 지금 현실에서 분명 돈은 안된다. 그러나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이제부터는 ‘돈벌이’가 아닌 ‘세상을 향한 전쟁’을 하겠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 관련 만화책, 이승만과 박정희를 다룬 경제 소설 등 대중적 방법도 동원할 생각이다.”

그는 “대중적으로도 성공하는 우파 작가와 지식인들이 생기고 많아져야 우파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사상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며 “그날까지 힘 닿는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