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란 무엇인가
바버라 로젠와인 지음|석기용 옮김|타인의사유|284쪽|1만5000원
고대 서사시 ‘일리아드’는 이렇게 시작한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서구 기록 문학의 원류를 분노가 열고 있는 셈이다. “분노는 역사의 산물이다. 우리의 분노는 호메로스가 노래한 종류의 분노를 포함할 수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많은 감정의 전통도 아우른다.”
고전부터 현대 신경과학까지 분노의 의미를 추적해 12가지 담론으로 엮은 책이다. 토머스 홉스는 “분노가 저지를 수 없는 범죄는 거의 없다”고 믿었고, 리바이어던(국가)이 법과 처벌을 통해 분노의 부작용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분노는 전통적으로 도덕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프랑스 혁명부터 미투 운동까지 세상을 바꿔온 수많은 분노의 효과 또한 존재한다.
Passion, rage, indignation, fury, wrath, peevishness…. 분노를 뜻하는 여러 어휘처럼 “모든 분노가 다 같지 않으며 심지어 모든 정치적 분노도 다 같은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역사학자인 저자는 “‘감정’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음에도 우리의 정서적 어휘는 빈곤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 사람 화났어. 나도 화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