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미 히버드 지음|청송재 편집부 옮김|청송재

성공한 사람들의 가면증후군

제사미 히버드 지음|청송재 편집부 옮김|청송재|376쪽|2만원

당신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 때문에 당신은 정체가 언제 발각될지 불안해하면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당신은 자신이 실제보다 나아 보이도록 포장하여 다른 사람들을 속여왔다. 업무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가장하기도 하고, 능력과 업적의 실체가 탄로 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사람들이 당신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면 그들은 크게 실망하고 등을 돌릴 것이다.

이런 생각이 종종 찾아온다면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을 겪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해 보자. ‘가면증후군’은 1978년 임상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잰 임스가 처음 언급한 개념. 사람들이 자신이 성취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지적 능력이나 기술, 또는 재능이 부족하다는 믿음을 고수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업적에 대해 “단지 운이 좋았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던 결과일 뿐”이라 말한다. 겸양의 제스처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믿는다. 영국 임상심리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이는 똑똑하고 성공했으며 불안감을 느낀 명백한 이유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예가 ‘천재’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친구에게 “내 연구에 대한 과장된 존경이 나를 아주 불편하게 만든다. 본의 아니게 사기꾼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출신인 배우 내털리 포트만도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내 입학이 결정될 때 분명 실수가 있었으리라 느꼈고 매 순간 ‘멍청한 여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애써야 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의 70%가 이런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며, 70%의 사람이 경력의 어느 시점에서 가면증후군을 겪는다. 경쟁이 치열한 집단에 속하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일거리를 적극적으로 따내야 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경험한다. 남성이 주를 이루는 부문에서 일하는 소수의 여성, 소수 인종 등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이 소수자 우대 정책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폄하한다. 클랜스와 임스의 연구도 매우 ‘성공적인’ 여성 150명을 인터뷰했더니 대부분이 “나는 ‘가짜’”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가면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왜소한 자아’를 가졌을 뿐, 남들 눈엔 아무 문제 없이 승승장구한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속마음을 드러내도 ‘배부른 소리’라며 무시당하기 때문에 더 괴로워진다. 저자는 “이들이 불안을 겪는 것은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된 이유는 다층적이다. 양육 과정에서 부모의 지지나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자기 성취가 별것 아니라고 단정 짓기 쉽다. 겸손을 강조하는 가풍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족 중 홀로 ‘잘나가는’ 자수성가형 인물들도 어느 집단에도 어울리지 못한다 느끼며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과로와 회피’는 가면증후군과 쌍둥이다. 자신이 ‘엉터리’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과도하게 일한다. 일에 쏟는 노력과 에너지가 합리적인 품질의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 인간관계 등 다른 우선순위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성공과 승진은 이들에게 더 큰 공포와 불안을 안긴다. 많은 경우 실패하지 않으려고 기회를 날려버리는 ‘회피 전략’을 택한다.

저자는 “자기 연민이 곧 해독제”라 말한다. “100%가 아닌 80%를 목표로 하고, 마지막 20%에 대해선 괴로움을 멈추라”고도 조언한다. 가면증후군 환자 대부분이 “자기비판이 없으면 게을러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하듯 자신에게도 친절해야만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탄탄한 이론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자기 문제를 깨닫고 치유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미셸 오바마, 엠마 왓슨,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등이 추천했다. 이들은 실제로 가면증후군을 겪었다. 저자는 “변명 없이 칭찬을 받아들이고, 성취를 자축하며,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모험이라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서구 사례를 중심으로 썼지만 경쟁 사회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오늘도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권한다. 원제 The Imposter C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