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을 먹으면 토하는 체질이라 커피를 전혀 못 마십니다만,
이번에 읽은 커피 관련 책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우스이 류이치로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기 전 두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명예교수님이 쓰신 책인데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을까?
저자 전공이 독문학인데 그냥 취미 수준에 대한 이야기의 책이 아닐까?
일본 책은 취미 관련 책이라 해도 깊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리고 저자의 전작 중 ‘아우슈비츠의 커피’ 같은 책이 있기 때문에
믿고 읽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는...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술술 풀어가다가 좀 지루해질 성 싶으면 천연덕스럽게 너스레 떠는 저자의 글 솜씨가 대단했고요.
커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잡학 수준을 넘어섰지요.
나폴레옹이 대륙봉쇄령을 내린 후 커피수입을 중단시키고,
영국의 커피값을 조사, 커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걸 보고 자신의 대륙봉쇄 정책 성공 여부를 가늠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저는 무엇보다 ‘모카 커피’의 ‘모카’가 예멘의 유명한 커피 무역항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초콜릿 향 나는 무언가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 외에도
커피하우스에 남편을 뺴앗긴 런던의 부인네들이 커피를 상대로 낸 여성청원 이야기,
영국 및 런던에서 커피하우스가 발달해 간 이야기 등이 아주 재미있으니
커피를 좋아하시든, 좋아하시지 않든 한 번 읽어보세요.
밤 11시. 야근을 마치고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서울시내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외출을 안 하면서 택시 수요가 쪼그라들었는데
거기 맞춰 줄어든 공급이 회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날은 갑자기 비까지 내려 택시 잡기가 더욱 힘들었습니다.
휴대전화 앱에 ‘이용 가능한 차량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뜨는 걸 보며 맥빠져 하길 30여 분, 기적적으로 택시 한 대가 잡혔습니다.
기사님께 “요즘 왜 이렇게 택시가 없냐”고 여쭤봤더니 “배달업계로 기사들이 많이 빠졌는데 배달업계 경기가 여전히 좋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개인택시 기사들 중엔 노인들이 많아요. 요즘 택시 수요가 워낙 많으니 그 분들이 퇴근 시간 길 막히기 전에 집에 들어가도 하루 벌이를 충분히 채운대요. 노인들은 일찍 깨서 새벽부터 나오시니…. 그래서 밤에는 더 택시가 없는 거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습니다. 모든 일엔 다 양면이 있다고. 밤에 택시잡기 힘든 건 짜증스럽지만 젊은 사람들만큼 재빠르게 전업(轉業)하지 못해 운전대를 놓지 못했던 어르신들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요.
기사님은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저는 27년간 일한 직장에서 지난해 퇴직했어요. 첫 3개월은 매일 울었어요. 그런데 같이 퇴사한 입사 동기가 ‘택시 하는데 제법 괜찮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어, 이거 진~짜 괜찮아요.”
고단한 퇴근길,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조금은 기운이 났습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밤의 거리를 택시가 씽씽 달렸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